재판 중 변호사를 법정 바깥으로 불러내 주먹을 날린 미국의 판사가 무기한 직무 정지 징계를 받아 해임될 위기를 맞았다.

6일(현지시간) 지역 신문인 올랜도 센티널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지난해 6월 법정 바깥 복도에서 변호인에게 주먹질하는 등 승강이를 벌인 브리버드 카운티의 존 머피 판사에게 재판 절차를 방해했다며 이날 무급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20일 내로 판사 직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적은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머피 판사는 지난해 6월 신속한 재판을 처리를 위해 국선변호사인 앤드루 와인스톡과 법정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를 쳤다.

그는 거듭된 제지에도, 와인스톡이 변호를 멈추지 않자 "앞에 돌이 있다면 당장 당신에게 던져버리고 싶다"면서 "화나게 하지 말고 그냥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와인스톡이 변호를 이어가자 급기야 머피 판사는 "나와 싸우고 싶다면 당장 법정 바깥으로 나와라. 한 방 날려주겠다"며 공개로 싸움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목격자들에 따르면, 머피 판사는 와인스톡 변호사를 법정 바깥으로 끌고나가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당시 머피의 발언과 법정 복도에서 벌어진 둘의 승강이는 고스란히 녹음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헝클어진 복장으로 법정에 돌아온 머피 판사는 변호인도 없는 피고를 상대로 재판을 이어갔다.

판사를 담당하는 플로리다 주 사법자격심사위원회는 사건 직후 머피 판사의 행위는 부적절함을 넘어 호전적이며 끔찍하다며 그에게 4개월 무급 직무 정지와 함께 벌금 5만 달러의 징계를 내리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정신 상담도 받을 것을 지시했지만, 그의 법복을 벗기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러나 판사 징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플로리다 주 대법원은 법관의 품위를 잃은 머피 판사에게 사법자격심사위원회의 권고안을 훨씬 뛰어넘는 사실상의 해임 결정을 내렸다.

사법자격심사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한 달간만 자리를 비운 머피 판사는 공개로 사과 의사를 표명하고 주 대법원에 선처를 호소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머피 판사가 와인스톡 변호사에게 실제 주먹을 날렸는지에 대한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올랜도 센티널은 사건 조사 중 현직 판사를 자리에서 쫓아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플로리다 주 대법원이 문제를 일으킨 판사들에게 더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