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는 그 기관에 걸 맞는 공익적 목적이 부여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간혹 같은 일을 하고도 민간기관에 비해 엄격한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간혹 본분을 망각한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광교신도시 사업시행자로서 경기도시공사가 벌인 일련의 행위들이 꼭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경기도시공사는 영동고속도로에 인접한 광교신도시 일부구간에 방음터널을 설치했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 및 분진의 방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 방음벽보다야 터널이 소음이나 분진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일 터, 잘 한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게 아니다. 묘하게도 소음이 가장 심한 구간에는 방음벽만 설치하고, 상대적으로 덜한 구간에 대해서만 터널로 시공했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에 앞서 소음피해 측정을 위한 3D 시물레이터 조사를 실시했고, 공사는 이 자료를 근거로 실시했다. 그런데 어떻게 가장 소음이 심각한 구간을 제외하는 일이 발생했을까. 이 단지에는 아직 입주한 주민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공사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도 직접 확인된다.

공사 관계자는 "소음측정 결과 이 구간이 가장 높게 조사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지역에는 주민이 없어 방음벽으로 설치했다"고 말했다 한다. 할 말이 없다. 기막힌 꼼수에 한 술 더 뜨는 답변이 아닌가. 딴에는 비용이 추가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당초 한국도로공사 측은 방음벽만으로도 충분한 소음대책이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갑작스럽게 설계변경이 이뤄진 이유가 궁금하다. 주민들 사이에는 해당지역 시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도는 모양이다. 비용이 추가되고, 한편에선 정치인의 압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 정도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유가 어디 있든 간에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사에서 이런 꼼수가 작용해서야 되겠는가. 백번을 노력해도 이해받기 어려운 처사임에 분명하다. 공사는 해당 주민들의 요청에 지체 없이 응답해야 한다. 그리고 공사의 설립목적과 본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도록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