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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세칭 '꿀꿀이죽'을 판매 금지한 것은 1964년 5월11일이다. 그해 8월25일에는 전도관 일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초가집 등을 말끔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주요 도로에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 등 시가지 정비에 온 힘을 기울였었다.

▶이와 함께 시커먼 드럼통을 세워 담장을 쳤던 인천공설운동장을 번듯한 종합운동장으로 개축했는데 이는 인천에서 처음 열린 전국체전( 45회)을 치르기 위한 준비였다. 9월3일 마침내 체전의 막을 올렸다. 그러나 연일 폭우가 내려 야외 경기장은 난리였다.

▶당시에는 아직 경기 종목에 '골프'가 채택되지 않았다. 시내 유원지 한두 곳에 시멘트로 만든 '베이비 골프장'이란 곳이 있는 정도였고, 경기를 할 만한 시설이 생긴 것은 1970년 8월 서구 경서동에 '시 사이드 골프장'이 건설된 뒤였다.

▶'시 사이드'는 1985년 '인천국제컨트리클럽'으로 대폭 확장하면서 지역 유일의 골프장으로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의 여기(餘技) 혹은 부르주아 운동이라는 따가운 시선과 편견 속에서 골프는 머나 먼 대중화의 길을 걸어야 했다.

▶현재까지도 골프가 '전 국민 스포츠'가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천이 연수구 신도시 지역에 세계에 내놓아 손색이 없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2005년부터 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가 그를 잘 가꾸어 온 덕분이다.

▶아시아 최초이자 국내 골프 사상 최대 규모인 '프레지던츠 컵' 대회는 세계 최고의 남성 프로 골퍼들이 참가해 진작부터 화제가 돼 왔다. 대회 명예의장이 개최국 대통령이라는 점도 특이하거니와 30개 언어로 제작된 영상이 225개국에 중계된다고 한다.

▶시청자만 무려 10억명이 넘고, 6일 동안 예상되는 갤러리만 10만명에 달할 것이라니, 말 그대로 '스포츠 큰 잔치'인 것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에 이어 '인천의 저력'을 내외에 과시한 또 하나의 쾌거라서 보기에도 흥겹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