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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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금빛평생교육봉사단 자문위원

국민연금연구원이 50세 이상 5110가구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중고령층은 은퇴 후 한 달 생활비로 1인 기준 최소한 1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은퇴 전과 같은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생활비로 142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부 기준으로 산정하면 최소한의 노후생활비는 한 달 160만원, 적정생활비로는 22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조사됐다. 하지만 이렇게 벌고, 쓸 수 있는 은퇴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노인 평균 월 소득은 80만 원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중고령층의 현실은 노후생활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른 퇴직과 노후준비의 미흡으로 수입과 지출의 괴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2015년 고령자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매년 통계청이 10월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발표하는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용률은 31.3%로 소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령층(55~79세)의 61%는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5.0%가 지난 1년간 평균 49만원의 공적 기초 개인연금을 수령했다. 반수 이상이 10~25만원을 받았다. 전체의 81.7%가 50만원 미만의 연금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생활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연금다운 연금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39.6%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무원·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았다. 공적연금을 받은 253만1035명의 고령인구 중 89.8%를 차지하는 227만3816명이 국민연금을 수급했으며, 공무원연금은 22만2325명(8.8%), 사학연금은 3만4894명(1.4%)이었다.

60~64세의 고용률은 58.3%로 전년도와 올해 2년 연속 20대 고용률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연령대별로 보면 65세 고용률이 가장 낮았다. 고령층(55~79세)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었으며, 그 다음 순으로 나타난 '일하는 즐거움'이 주된 근로 희망 사유였다.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 4000명으로 전체인구의 13.1%로서 UN이 규정한 고령화 사회의 막바지에 와 있으며, 2년 후인 2017년에는 고령인구가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14세 이하)를 추월할 전망이다.

노년부양비는 17.9명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5.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고 있다. 노인부양에 따른 담세 부담도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자의 자살은 인구 10만명 당 55.5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고령자 건강보험 진료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4년 19조 3551억으로 전체 진료비의 35.5%를 차지했으며, 고령자 1인당 322만원의 진료비가 소요됐다. 65세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남자 18.0년, 여자 22.4년이었으며, 평균수명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부양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는 가족과 정부·사회가 공동의 몫이라는 견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인식은 매년 감소하고, 부모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든 2015년 고령자의 현주소는 기대수명이 늘어난 반면, 발 빠른 준비 없이는 대한민국의 노후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중고령층이 은퇴시점을 65~70세로 희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은퇴연령은 55~60세로 나타나고 있어 고용 격차는 5~15년으로 크게 벌어져 있는 실정이다.

고령자에게 필요한 일자리 창출이 고용 갭과 소득 갭을 줄이는 묘안일 수밖에 없다. 선진 국가의 고용구조처럼 정년을 점차 65세 정도까지 확대해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길어진 노년기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은퇴는 불안하다. 그래서 반퇴(半退)의 시대다. 부분은퇴를 의미하는 반퇴는 사회급여에 상관없이 주당 24시간 이하, 연간 1200시간 이하의 노동시간과 최고급여의 60% 미만으로 45세 이후에도 10~20년 이상 일한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 일하게 되는 형태를 의미한다.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말한다. 퇴직 후에 오히려 더 바쁜 삶을 보냈다고, 요가·요리·화초재배·중국어도 배우러 다녔고, 할 수 있는 건 모든 다 해봤다고. 은퇴 후의 삶은 끊임없는 창조의 연속이고, 그저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다고. 최대한 빨리. 벤은 퇴직 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아침마다 출근하던 그 때를 그리워하며, 또 다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70세의 벤을 채용한 사회공헌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이 영화 '인턴'(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소재일 뿐, 현실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이만큼 풍부한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인생경험에서 쌓은 지혜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세대통합의 직장은 가능한가.

벤의 대사처럼 우리 시대의 노년들도 '뮤지션한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시니어 인턴 같은 고령자 고용 프로그램이 현실이고, 현실이 영화화되는 사회이었으면 한다. 영화가 현실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