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여느 해보다 크고 꽉 찬 보름달 '슈퍼문'이 떠올라 올해 한가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농업인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추석이었다. 연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추석 때 판매하지만 정부의 추석 성수품 물가안정대책으로 인해 높은 값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농산물값이 껑충 뛰어 제사상 차리기가 겁난다는 보도를 어김없이 내보내 농업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올해는 수확시기에 비해 늦은 추석을 이유로 9월 한달 내내 농축산물 특판행사가 이어져 과일과 채소류는 최대 30%, 축산물은 50%까지 할인판매되면서 농산물값 하락을 부채질했다. 신고배 10개들이 소매가격은 2만8860원(aT가격정보)으로 일년동안 정성껏 농사지은 고품질 배가 유명 브랜드 커피 한잔의 겨우 절반 가격에 팔린 것이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연중 추진 중이지만, 실제로 농산물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별 가중치'를 보면 전체 지수 1,000점 중 중요도가 높은 쌀과 쇠고기의 비중은 6.4와 7.0이다. 채소와 과일은 더욱 적어 그 중에 비중이 큰 품목은 사과(3.0), 포도(1.7)에 불과하고, 스마트폰 요금(33.9), 휘발유(31.2) 등과 비교해보면 매우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4년 국민 1인당 농산물 연간 소비량과 소매가격(aT가격정보)으로 따져보면 국민 한명이 주요 과일과 채소 구입을 위해 일년 동안 쓰는 돈이 36만원에 불과한 정도다.

이처럼 주요 농산물의 연간 구입액이 커피값이나 스마트폰 요금의 몇 개월치에 불과함에도 '물가 불안의 주범'으로 둔갑되는 것은 '정보 왜곡을 통한 여론몰이'의 결과이다. 물가 정책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

농산물 가격이 일시 상승한다고 해서 폭락했던 지난해와 단순비교해 가격을 통제하기보다는, 농산물 생산안정을 도모하는 쪽이 '생활물가 안정과 농가소득 증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더욱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