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굴지 대기업 외면 심각

인천지역 건설업체들이 지역 내 대표적인 대형건설현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기관과 민간회사들이 지역 건설업을 외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5일 인천시와 지역건설업계에 확인한 결과, 국내 대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부터 송도 재미동포타운 1단계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해 공사하고 있다. 도급금액은 총 2097억원이다. 지역 업체들은 1%의 지분에도 참여하지 못했고, 시공지분도 확보할 수 없었다.

송도재미동포타운은 내년 상반기 중 오피스텔과 호텔공사 사업자를 공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지역업체들은 또 고배를 마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타운 1단계 조성공사도 마찬가지다. 총 사업비 7300억원에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미 지난 4월부터 공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도 지역 업체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 신축공사도 같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민간공사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 산하 공사 가운데 지역 업체가 수주한 비율(원도급율)은 올해 상반기 37% 수준에 머물렀다. 국가공기업 공사의 경우 이보다 낮은 17.2%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건설업체의 수주율이 낮은 배경에는 관계 기관과 민간회사의 무관심이 깔려있다. 송도 재미동포타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직접 투자한 인천투자펀드가 참여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인천경제청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었는데도 국내 대기업이 지분 전부를 수주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업계에서는 국가공기업 공사에 지역 업체가 3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과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 앞서 지역업체가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사업 중 아직 발주를 앞두고 있는 청라시티타워, 신세계 복합쇼핑몰, 송도 6·8공구 아파트 건설사업 등에 지역 업체가 참여하도록 유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공사가 이미 발주를 끝낸 상태다"라며 "지역 업체의 수주를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14일 시와 시 산하기관, 지역 건설관련협회와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많이 다니고 있으며 시 산하기관도 관심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계속 독려하고 있다"며 "시 전체가 최대한 신경써줘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