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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위기에서 구출하고 선진 강대국 반열에 진입시킨 드골 대통령의 집권 12년(1957~1969) 동안 줄곧 외무부 장관을 지낸 모리스 쿠브 뮈크빌은 드골의 대외 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하는 최측근이었다. "복잡 미묘하게 얽히고설킨 문제들 속에서 그는 곧바로 요점과 액세서리를 구별했다. 상대방이 계산에 의해 임의로 모호하고 애매하게 만든 것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인식했다"

▶"그는 경험이 많았고 사람들을 많이 다뤘고 많은 문제를 능숙하게 처리했다. 그는 매사에 자신이 있었고 예의범절이 바른 사람이었다. 대인관계에 능란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며 관찰하며 기록도 하다가 적당한 때에 자기 입장을 권위 있게 표현하고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프랑스가 일등 국가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나와 함께 그 자리에 올려놓겠다고 결심한 바 있으며 이 일을 위한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일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드골이 회고록에서 묘사한 프랑스의 외무장관이다.

▶독일의 한스-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은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1974년부터 1992년까지 18년 동안 최장수 서독 외무장관이었다. 동독지역에서 태어난 겐셔는 분단국의 외무장관으로 독일 통일을 위해 미국과 옛 소련 등을 오가며 통일을 위한 대외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면서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인물이다. 겐셔 외무장관이 없었다면 동·서독의 통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도 닉슨과 포드 대통령 집권 시기 8년간 미국의 외교 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소련과 전략무기제한협정(SALT)을 이끌어냈고 월남전을 종식시켰으며 미국과 중국의 국교를 수립하는 데 앞장선 특출한 국무장관이었다. 언론사에서 국제 관계를 주로 담당했고 해외 특파원을 지내면서 쿠브 드 뮈크빌 프랑스 외무장관, 겐셔 서독 외무장관 그리고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을 가까이 취재하고 회견할 수 있었던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자화자찬성 발언은 미묘한 상황에서 외교 수장답지 못하게 들린다. 한미관계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시점에서 '초고속 공조'라면서 '한미동맹은 천하무적'이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굳건한 상태'라는 경솔하고 비외교적 언사에 얼굴이 붉어진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