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어바웃더핏(About the fit)'이라는 미국의 온라인 커머스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사회환원 사업으로 퇴직자들을 인턴으로 선발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0세에 입사한 인턴사원은 CEO의 비서직으로 배치 받았다. 40년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하며 부사장으로 은퇴한 인턴사원은 그 경륜과 특유의 성실함으로, 사업과 인생에서 아직은 서툰 CEO의 진정한 멘토가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인턴'의 줄거리다.

국내에서도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랜 영업 노하우와 실무 경험들을 후배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퇴직자들을 다시 고용하고 있다.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 이미 업무에 대해 숙달돼 있어 인력 운용에 대한 부담이 낮고, 퇴직직원들의 재고용이라는 사회 기능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퇴직자들의 재취업은 바늘구멍이다. 퇴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새로운 환경적응이나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가능한 퇴직 전에 하던 일이다. 그러나 기회가 별로 없다. 대부분이 퇴직 후 하고 있는 일이 퇴직 전의 일과 연계되지 않는다고 한다.

재취업을 위해서는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기술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자격증을 따고 기술을 배우더라도 실제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퇴직자들은 한 직장에서 또는 전문분야에서 수십 년 경험한 전문가들이다. 이런 경력자들을 잘 활용한다면 기업이나 퇴직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국가적으로도 효율적이다.

기업에서는 숙련된 전문인력을 쉽게 채용할 수 있고 퇴직자들은 직장생활에서 배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후배직원들은 업무를 더 배울 수 있다. 영화 '인턴'에서의 인턴사원처럼 퇴직 전 경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이득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