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땅 이야기'
지명 유래 내포된 언어학적 이야기 초점
민족 원류 엿보며 올바른 역사의식 선사
▲ <우리땅 이야기>
최재용 지음
21세기북스
392쪽, 1만7000원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동네 이름은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우리 땅의 수많은 산과 강, 고개, 섬 등의 이름 역시 그 모양을 상징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지명이 어디서 유래했고 어떻게 변형돼 지금에 이르렀을까. 이를 제대로 알면 그 이름들을 붙인 우리 조상의 뜻, 우리 민족의 사고 구조도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대어와 중세어를 포함해 우리말의 흐름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지명의 유래를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 땅 이름을 붙일 때 한자의 뜻과 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이용한 '한자 차용 표현'을 많이 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새책 <역사와 어원으로 찾아가는 우리땅 이야기>는 방방곡곡 우리 땅이 품고 있는 민초들의 삶과 역사를 다룬 책이다. 지명 유래에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언어학적 변천사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북한을 포함한 우리나라 여러 땅 이름의 유래를 쉽게 풀어 소개한다. 각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도 흥미롭게 와 닿는다. 그 밑바탕과 근거로 삼은 것은 옛 문헌 자료와 역사 서적, 국어학자 또는 관련 분야 학자들의 연구 성과이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는 잘못된 지명 유래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러 땅 이름의 공통점을 찾아내 종류를 나누고 그 유래를 밝히는 것은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명확한 실증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어떤 결론을 내려도 꼭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원천적 한계도 갖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옛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 땅 이름들의 뿌리를 캐보면 서로 다른 듯하지만 사실은 같은 뜻의 이름이 많다. 이들은 같은 꼴과 뜻에서 출발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로 모양을 바꾸어 지금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돼버렸다. 예를 들어 서울과 철원, 신촌은 모두 '새로운 동네'라는 뜻의 '새벌'에서 출발한 이름들이고, 따라서 이들은 '새롭다'는 뜻을 갖고 있는 주제어 '새~'를 통해 한데 묶을 수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 이름이 들어가 있는 땅 이름들도 널려 있다. 매봉, 수리봉, 말고개, 학산, 와우산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 땅이 그 동물과 닮은꼴이어서 생긴 일이라고 해석을 한다. 이를테면 말고개, 말재, 말바위, 말무덤, 마현(馬峴), 마산(馬山), 마령(馬嶺), 마분리(馬墳里) 등의 땅 이름에는 대개가 "그 모양이 말처럼 생겼다"거나 "죽은 말을 묻은 곳"이라는 식의 해석이 붙는다.

하지만 사실 여기서의 '말(마)'은 '말잠자리'나 '말벌' 등의 단어에서 보듯 '크다'는 뜻을 가진 말일 뿐이며, 짐승 '말'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실을 알려면 우리말의 변천 과정을 알아야만 한다. 일례로 현대어 '황소'에 대해 대개의 사람들은 '색깔이 누런 소'이기에 황소라 불린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황소는 '큰소'라는 뜻의 중세국어 '한쇼'에서 발음이 바뀌어 생긴 말일 뿐 '누런 색'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이처럼 우리 말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는 땅 이름 유래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 책은 우리말과 우리나라의 구체적 자료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이 같은 잘못들을 바로잡기 위해 쓴 것이다.

나아가 온갖 난삽한 외국어와 신조어가 횡행하는 이 시대에 소중한 문화자산으로서의 우리말 - 우리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 민족 정신세계의 원류를 엿보게 하며,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유익함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최재용은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나 동인천고등학교와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부터 2년 동안 경기도 부천에 있는 소명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다 1990년 2월 조선일보사에 들어와 지금까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2003년 인천 지역의 땅 이름 유래를 다룬 책 <월미도가 달꼬리라구?>를 펴 냈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