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교수경기학회장
강진갑 경기대교수경기학회장

인문학이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질문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인문학을 통해 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겠다고 나선 도시가 있다. 안양시이다. 안양시는 2014년 말 부터 인문학도시를 꿈꾸어 왔다.

최근 들어 한국 사람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인문학과 함께 사용된 연관어를 분석해 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까지 인문학이라 단어와 함께 나타나는 연관어의 첫 번째 순위는 '지식'이었다.'삶'이란 단어는 아주 바닥이었다가 2009년부터 10위를 오르내렸다. 그런데 2012년부터'삶'이란 단어가 인문학 연관어 1순위로 급부상하였다. '지식'은 2순위로 밀려났다.

사람들이 인문학을 지식과 교양을 얻는 도구로 사용하다가, 인문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는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인문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주는 학문이다. 문학과 역사, 철학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문학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인문학을 찾는 이유도 기존의 행정만으로는 시민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시 행정은 교통 체계의 개선, 도시 구조의 변화와 같은 시설 중심에서 복지 시스템 구비, 문화 환경 조성과 같이 프로그램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문학 도시 조성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이 정신적으로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행정이다. 최종적으로는 나눔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행정이다.

안양시는 인문도시를 만드는데 기본이 되는 조례와 기구를 만들고, 인문학 향기가 넘치는 공간을 조성하며, 인문학 동아리를 활성화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인문학 사업을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과 가정, 대학과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여러 인문학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민만이 아니라 안양시 내에 있는 군부대까지도 인문학 사업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개방적인 자세도 엿보인다.

인문도시로의 전환을 꿈꾸는 도시는 많다. 전국에 25개가 넘는 도시들이 인문도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과성 사업, 이벤트 중심으로 추진하다가 소리 없이 문패를 내리는 도시도 있다. 그리고 성과를 거두는 도시도 여럿 있다. 수원시와 칠곡군도 그 중 하나이다.

수원시는 2010년부터 인문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하였다. 지난 8월 15일 수원에서는 1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광복 70주년을 축하하는 합창제를 가졌다.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였는데, 수원시가 그 동안 인문학 중심도시를 선언하고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경북 칠곡군도 주목할 만한 인문학 도시이다. 시작은 평생학습도시였다. 공부에 재미를 붙인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방자치단체가 평생학습군립대학을 설립하였다. 420여 명의 학위 이수자가 배출되었다. 이들이 주역이 되어 칠곡군을 인문학 도시를 만들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안양시 인문도시 계획 수립에 참여하면서 안양시를 여러 차례 방문하였다. 안양시는 인문학 자원이 풍부하고 인문도시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과 가족, 그리고 대학과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민이 행복한 인문도시 안양'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