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납치 살해된 지동 낡은 CCTV 그대로 방치
절도·실종사건 매산동 상당수 가로등 조차 없어
警 "용의자 추적 어려움"  시 "예산 한계 설치 취약"


수원시의 공원, 주택가 등에 설치된 4000여대의 CCTV를 놓고 팔달구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아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20대 여성이 납치돼 끔찍하게 살해됐던 팔달구 지동지역은 3년이 지났으나 이 일대는 여전히 낡은 CCTV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다.

특히 주택가 골목으로 접어들자 어두운 골목길은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이날 주민 성모(58·여)씨는 "골목을 걷다 인근에서 발소리라도 들리면 긴장돼서 심장이 쿵쾅쿵쾅 한다"며 "골목에 주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른보다도 아이들이 너무 걱정되고(중략)도심지역 보다 지동처럼 낙후된 곳도 잘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29일 새벽시간 다른 지역인 매산동 주택 밀집지역의 골목을 취재한 결과, 상당수의 골목에 CCTV 및 가로등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들 골목에서 발생하는 절도, 파손, 실종사건 등을 수사했던 일선경찰들은 수사에 차질이 발생하는 요소 중 90%가 CCTV가 없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지동에서는 주택침입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주변 CCTV가 없어 장기간이 소요됐고, 매산동 주택밀집지역에서는 사건발생 때마다 주민이 달아놓은 1대의 개인 CCTV를 매번 경찰들이 협조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수원역에서 발생한 여대생 납치사건에도 경찰은 CCTV확보가 어려워 동선파악에 진땀을 뺏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서부경찰서 수사팀 한 경찰은 "해당 지역에서 CCTV부터 파악을 해야 되는데, 단 한 대도 없고, 차량 블랙박스 자료를 협조 받아도 너무 어두워서 식별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찰은 시에 지속적으로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문제로 사거리 등 일부 구간에만 CCTV를 설치할 뿐, 실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 지역에 무조건 적으로 우선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팔달구에서 발생한 범죄건수는 경기도 9857건 보다 많은 1만7493건으로 평균을 상회한다.

전체 CCTV는 4238대가 설치돼 있으나, 팔달구는 890대로 가장 적게 보유하고 있다.

또 권선·영통·장안 타 3개구의 경우 절반 이상의 동이 100대 이상씩 보유하고 있지만 팔달구는 인계·행궁동을 제외한 모든 동이 100대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보유대수 중 기간이 오래된 41만 화소의 저 화질 카메라가 675대로 1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들면 범죄해결에 차질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시 통합관제센터 관계자는 "선정협의를 거쳐 취약지역부터 우선 설치하고 있다"며 "예산문제로 어두운 골목길이라 해서 한꺼번에 다 설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