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필 시인·수필가

언론매체서 '軍총기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만 뜨면 군복무자가 있는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다. 혹시, 손자, 아들, 남편이 근무한 부대가 아닌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쉴 것이다. 그래도 불안의 끈은 놓지 못한다. 사실상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근무한 군인이야말로, 당연히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한국사회다. 실제로 군인들이 헌신적이고 희생정신을 가지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후방에선 자유를 누리고,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게다가 제각기 생업에 종사하면서 사회발전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에 대한 '격려와 박수'를 마땅히 보내줘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군을 폄훼하고. 무시한 감정이 국민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게 문제다. 실상은 우리군(軍)은 국가의 존망과 운명을 좌우하는 안보의 보루이고 중추다. 이처럼 중차대한 책무를 걸머진 우리 군에 툭하면 돌을 던지는 이유와 그 배경은 이렇다. 80년대 시절로 올라가 보면,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광주 시민들이 '민주화운동'을 주창하다가 신군부 세력들에게 많은 희생을 당했다. 당시 일부 군인의 권력욕이 빚어 낸 역사적 비극이었지만, 대다수 군인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본다. 현재 우리 군의 지휘부에는 그들을 도왔던 인물은 한 사람도 없지 않는가. 이제 군을 비방할 명분은 충분히 사라졌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반성하고 성찰할 대목이라 본다.

한편으로 지난해 8월 K모 의원은 선임 병들의 구타로 사망한 '윤일병사건'을 언론서 이슈화시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국방장관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연거푸 책상을 치면서, 왜 쉬쉬하며 덮으려고 하느냐"고 질책했다. 이와 관련 권모 육군 참모총장이 자진사퇴로 마무리됐다.

그는 또 지난 8월 20일 '북한 포탄 도발'관련 국방위원 연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방부 박모 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무슨 보고 하러 와! 내가 아는 걸, 왜 당신이 몰라"라고 호통 쳤다. 이런 태도가 문이 무를 경시한 풍조로 비쳐지면 곤란하다. 항간에는 군의 별들이 하루아침에 낙엽처럼 지는 것을 보고 '×별'이라는 조소와 야유 섞인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과거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고려와 조선은 문민을 우대하고, 무신을 천시한 정책으로 인해 망국의 비운을 겪었다. 이웃 중국 송나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무인을 업신여기고 경시하는 국가는 결국 망한다"는 뼈아픈 역사적 교훈을 망각해선 안 된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文과武'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정확한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외세침략 시, 전략전술의 전문가인 무관의 지혜를 활용해야 승전의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지구촌서 "군을 멸시한 유일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뿐만 아니라 "군바리, 워카, 무식한 집단, ×별 등"비속어도 만들어 냈다. 그렇다고 현역 군인을 예우를 해 주거나, 우대해 주는 문화도 없다. 현대 민주주의사회는 고려, 조선 때처럼 문관이 과거시험으로 배출된 게 아니라, 선거제도를 통하여 선출하기 때문에 되레 무관의 '자질과 능력'이 출중하다. 일제 때, 우리 군대를 해산시킨 뒤에 나라마저 빼앗겼다. "나라가 없으면 군대도 없다, 군인이 있기 때문에 나라가 있다." 따라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다른 한편, 우리 군이 강인한 조직으로 육성되기 위해 국방예산도 넉넉하게 편성해주고, 사기진작책도 마련해 줘야한다. 그래야 이민족으로부터 침략을 당할 때, 목숨을 걸고 조국을 수호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신뢰와 존경'의 대상은 군인이다. 그뿐만 아니다 영주권 소유자도 입대하여 부대배치 받으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관공서나 은행에서 가장 먼저 민원을 처리해 주고, 비행기 탑승 시에도 VIP 좌석을 배려해 주는 우대정책을 쓰고 있다.

이웃 중국에도 헌법에 "국가와 사회에서 상이군인의 생활을 보장하고, 군인가족을 우대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軍은 모병제로써, 사병도 일반 공무원 수준의 급여도 받고, 시내버스 전철은 무임승차며, 박물관 명승고적 등 관광도 무료다. 한국은 어떤가. 현역 군인들 일반 휴가 때, 교통비 할인 혜택은 전혀 없다.

또 과거 한땐, 위관장교 제대자에게 배려차원서 "동장 및 파출소장에 임명해주었으나. 이것마저 차단해버렸다" 참으로 실망스럽다. "군인을 홀대하는 사회는 그만큼 정신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사회다"라는 비판에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