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와 연수지역을 잇는 다리는 현재 5개다. 각 다리마다 특색을 살리기 위해 형태를 조금씩 달리했지만 주제도 불분명하고 모양도 아름답지 않아 돈만 잡아먹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런데 다리 이름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그냥 다리를 놓은 순서에 따라 편하게 1교, 2교, 3교식으로 이름을 붙여 놨다. 최근 4교와 5교가 남동산단쪽에 잇따라 개통되면서 순서가 뒤죽박죽 변해 이용하는 시민들도 마구 헷갈리고 있다.

급기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달 중 송도 1∼5교의 명칭을 공모하기로 했다. 지역 상징성을 나타내고 국제도시 이미지를 높일 수 있게 다리 이름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코미디라는 사실을 시민들은 알까. 경제청은 지난 2011년 이미 송도 1~3교 명칭을 공모했었다.

송도국제도시의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찬 미래를 나타내며, 국제 감각에 어울리고 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다리라는 의미를 담으면 된다는 친절한 안내도 덧붙였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송도1교는 캠퍼스교, 2교는 컨벤션교, 3교는 아암교였다. 당선자에게 상금까지 줬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반응이 시큰둥하자 흐지부지 돼 버렸다. 새로 지어진 다리 이름이 지역 정체성이 철저히 무시됐고, 우리말을 배제했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후 연수구 지명위원회까지 올라간 새 다리 이름은 '우리 고유어를 써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게 옳다'며 거부 당했다. 망신만 톡톡히 당한 셈이다. 심사숙고해 이름을 지었더라면 지금쯤 새 다리 이름이 정착됐을 수 있는 아쉬운 대목이다.

경제청의 이번 송도교 명칭 공모는 앞선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 송도에는 앞으로 10여개의 연결 다리가 더 만들어진다. 그때마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명칭 제정에 대한 확실한 메뉴얼도 함께 만들어 놔야한다. 다리 기능과 위치에 맞게 시공전 미리 이름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름은 한번 만들어지면 고치기도 어렵고, 고쳐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행정 편의를 위해 아무 개념 없이 번호표 뽑아 찍어다 붙이는식의 이름은 더이상 곤란하다. 말이 나온김에 송도에 조성중인 공원 이름도 제대로 정하자. 시민들은 아직도 송도23호공원, 24호 공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른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행정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