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시인
▲ 김학균 시인

얼마 전 신문지상에 하루가 멀다 하고 행정부와 의회(각 군,구)가 충돌하며 갑론을박 싸움이 잦은 기사를 보게 되어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없었다.

어찌보면 한 지붕에서 같이 사는 것이고 같은 일을 진행함에 먼저 심의(?) 받고 점검하고 진행하는 것 뿐 왠 다툼인지 모르겠다. 결국에는 다 같이 내 고장 살림을 위한 것이고 잘 사는 인천(구)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하나 일 것이다.

문화예술계 그리고 사회단체들도, 말 안해도 잘 아는 일로 이등분되어 반목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먼저 각성들 해야 되는 일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그만 할까보다. 집안싸움 참 남보기 부끄럽고 이쪽 저쪽 따져봐야 자기망신 뿐 남는 것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어린 아이들의 노래가 언제 누구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꼭 또래들과 사이좋은 지기들 사이에서 부르는 동요가락이 있다.

"달팽아 달팽아 너를위해 놀아줄게
나를위해 놀아줘 달팽아
달팽아! 달팽아! 내 땅 줄게, 니 땅 다오."


같이 놀고, 밥 먹자며 땅을 서로 바꾸고 사이좋음을 표현한 말로 아주 단순한 가사이기 전 놀고, 밥 먹으면 한 식구가 되는, 정말 도타운 말이다. 일상생활에서 문서를 주고 받을 때 우리는 전자우편(E-mail)을 쓴다.

그 이메일의 @를 흔히 골뱅이나 달팽이(snail)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at(앳)이나 to(투)로 읽는다. 달팽이의 껍질의 꼬임이 1층이면 알에서 깨어난 새끼 달팽이지만 층이 5~6층이면 어른 달팽이다.

'달팽이'는 우리말에서 조차 어근을 찾을 수 없는 명사로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으며 느림의 미학에 대명사로 싫지 않은 연체동물로 징그러운 점 하나도 없다. 달팽이는 와우(蝸牛)라 했는데 달팽이 와(蝸), 牛는 소라는 뜻으로 소처럼 느릿느릿하라는 의미로 쓰였다.

자의적인지는 모르지만 밤하늘에 뜬 둥근 '달'에 땅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팽이'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 아닐까 한다. 하늘(天)의 달과 땅(地)의 팽이, 이름이 썩 마음에 든다. 느릿느릿 어눌한 품새 정감까지 느끼는 달팽이를 어린 시절 잡으면 손등에 올려놓고 세밀히 관찰했던 기억이 아직도 살아난다.

둥그런 뻐죽집에 보기도 좋지만 태어나면서 집을 가지고 나오니 요즘으로 치면 주택부금 안 넣어도 되고 월세 전세 집 걱정 없어 달팽이가 부럽기까지 하다.

배를 발삼아 기어다니는 복족류(腹足類)로 땅에 사는 껍질류의 연체동물인데 신기하게는 뿔(더듬이)이 넷이나 있는 흔하지 않은 생김새다. 위 아래 크고 작은 더듬이가 한 쌍씩으로 설레설레 흔드는 큰 더듬이 끝에는 작고 새까만 눈이 달려있으나 물체는 보지 못하고 밝고 어둠만 구분하는 더듬이며 아래 작은 더듬이는 먹이, 냄새, 기온, 바람등을 알아내는 더듬이다.

사람들이 민망하거나 객쩍고 겸연쩍은 일을 만들었을 때 "달팽이 눈이 되었다."하는 것은 달팽이 눈을 건드리면 쏙 들어갔다 이내 다시 나오는 현상을 보고 만들어 낸 말이다.

각자 제 몫을 하는 더듬이끼리 다툼하는 모습을 보고 와우각상쟁(蝸牛角上諍. 달팽이 뿔 위에서 싸움)이라는 말을 썼다. 즉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집안끼리 다투는 것을 일컫는 말로 현실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우리 귀에도 달팽이를 닮은 '달팽이관'이 있다. 이비인후과 진단에 의하면 이 달팽이관에 이상이 있으면 어지러움증이 유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고 했다. 좌우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는 말, 잘 새겨 볼 일이다.

면도날 위를 다치지 않고 가는 달팽이는 점액을 듬뿍 분비하여 강력 본드처럼 재빨리 굳히며 가고 거침없이 타고 넘기도 하는, 느리지만 조심성이 있는 요술쟁이다. 굼뜨지만 꾸준히 움직이며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며 사는 달팽이, 더듬이 끼리 싸움없는 달팽이를 기대하고 서로의 이-메일을 통하여 주고 받는 상생, 소통의 조직문화가 한 차원 높게 실현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김학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