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끼 … 사람살이 '훈훈'
거동불편 노인가정 도움 준 이웃 '초청 식사' … 전문요리사 재능기부
▲ 지난 28일 열린 '요리로 사람살이의 관계를 살리다' 쿡들이 2차 행사에서 식사에 초대된 이웃 주민들이 식사에 앞서 전문 쉐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주변에 이웃들이 없이 홀로 지내면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그런 이웃들이 있다면 식사도 대접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안양시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수리장복)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필녀(80·지체장애 2급) 할머니의 소박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던 소망 해결에 나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수리장복은 8월부터 안양지역의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홀몸노인, 장애인가정 등을 방문해 식사를 대접해드리는 '쿡들이(Cook+집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리장복은 지난 14일 장애인가정과 도움을 주는 이웃들을 초대한 1차 행사에 이어 지난 28일 거동이 불편한 이 할머니와 그런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준 주변 이웃들을 할머니 댁으로 초대, 전문 쉐프가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전동휠체어 등을 이용해 외출 할 수 있었지만, 최근 다리 수술로 거동이 불가능해지고 집에서는 요양보호사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몸상태가 됐다.

그런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 이웃 주민들은 기꺼이 할머니의 손발이 됐다. 끼니를 거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반찬과 음식을 매번 준비해드리거나 말벗도 됐다.

이 할머니와 31년간 이웃의 정을 나눠온 한계희 할머니(79)는 다리 수술로 이 할머니가 집 안에 누워있을 때 대소변을 직접 받아낼 정도로 가족보다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 소중한 도움을 받은 이 할머니는 그런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런 이 할머니의 사정을 듣게 된 지역 사회복지사와 복지관의 노력으로 이 할머니의 바람이 실현됐다.

수리장복 주현실 부장은 "한국 사회의 밥 한 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요리로 사람살이의 관계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쿡들이 행사에는 CJ프레시웨이 소속 전문 요리사가 재능기부로 함께해 그 의미를 더했다.

호텔 주방장의 오랜 조리 경력을 가진 민병철 쉐프는 "할머니들의 건강과 연세를 고려해 건강한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음식 메뉴는 훈제연어 크랩 케이크, 감자 아보카도 스프, 유자청 샐러드, 함박스테이크, 들깨탕 등 코스 요리를 준비했다.

식사에 초대된 이웃 어르신들은 모두 같이 "너무 맛있다. 우리가 뭘 했다고 이런 호사를 부리는지 모르겠다"며 식사 내내 감사를 표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나연실 사회복지사는 "이웃에 대한 조그만 관심과 배려로 좀 더 따뜻한 사람살이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리로 사람살이의 관계를 살리다' 쿡들이 행사는 오는 12월까지 월 1회로 안양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 장태영 기자 jty141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