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 '공신력 없는 정보' 따른 범죄 가능성 모티브로 제작
외딴 섬 찾은 부부 스토리…마동석 사이코패스 연기 몰입 한몫

결혼하고 5년째 아이가 없는 준식(조한선)과 소연(김민경)은 유산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부부 관계마저 소원하다.

소연은 새로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남편과 함께 인터넷에 소개된 외딴 섬의 맛집에 찾아가게 된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외진 곳에 있는 백숙 집이다. 어렵사리 찾아간 그곳은 허름하고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식당에서 부부를 처음 맞이한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하는 묘령의 여인 민희(지안)다.

민희를 함부로 대하는 식당 주인 성철(마동석)은 부부에게는 과잉 친절을 베푼다. 성철의 환대에 부부는 점점 경계를 풀게 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성철의 제안으로 부부는 하룻밤만 묵고 가기로 한다. 오랜만에 좋은 공기와 음식, 예상치 못한 환대에 준식과 소연의 아픔과 소원했던 관계도 금방 회복될 것 같다. 그러나 부부가 지닌 아픔과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못한다.

이튿날 아침에 떠나려는 부부의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불안하고 묘한 분위기가 엄습하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지자 성철은 소연에게 알 수 없는 말을 건넨다.

'함정'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떠도는 공신력 없는 정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세태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범죄를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한다.

영화로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과 전화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대국민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런 연출 의도와 배경이 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함정이다.

영화의 배경은 '산마루 식당'이라는 백숙 집에 한정된다. 주인공이 인터넷 정보에 낚이는 과정이나 폐해의 심각성을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연결 고리가 없다.

뜻하지 않게 극한의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이 그 속에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는 이전에 나왔던 스릴러 영화와 별반 차별점이 없다.

실재했던 사건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끌어다 쓴 것도 아니라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 전개도 손뼉을 치게 할 뚜렷한 반전 대신 성철과 소연의 알 수 없는 대화, 성철과 민희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배우들의 음모가 버젓이 노출될 정도의 과도한 베드신도 연출 의도가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다만, 이 영화는 볼거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런 미진함을 보완한다.

특히, 다소 거칠지만 친근한 형처럼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무섭고 섬뜩한 살인마로 변하는 마동석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흡입력이 강하다.

또 5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스크린에 복귀한 조한선, 아픔을 간직한 내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 김민경, 대사 한 마디 없이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보여주는 지안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고르게 좋다.

도시와 동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 섬의 산골짜기에서 나올 만한 '지네주'와 부화 직전의 '병아리 찜' 등의 기상천외한 음식부터 촬영에 실제 죽은 멧돼지가 등장하는 등 사실감 있는 볼거리도 많다. 9월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96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