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집 CCTV설치가 9월부터 의무화된다. 내달 19일부터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라 모든 어린이집의 보육실, 공동놀이실, 놀이터, 식당 및 강당 등 주요활동 공간에 CCTV를 1대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보육현장에선 벌써부터 한숨소리가 높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얘기는 대체로 두 가지정도로 요약된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권문제다. 말로야 아이들의 폭력을 방지하기 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바꿔서 말하자면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교사들은 직업정신과 소명이 발휘되는 주 교육공간과 활동시간 안에서는 화면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감시는 불신을 일상화 하고 제도화 하는 폭력적 기제이다. 교사들의 인권침해 소지를 묵인하고 강행하는 이번조치가 교육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일상적인 감시로 교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분명한 만큼 또 교육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 어떤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겠으나 교사들의 사명감이야말로 사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은 벌써 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화면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다. 보육교사의 자질문제에서 비롯된 일을 감시로 해결하려는 것부터 잘못이란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수많은 보육교사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란 얘기다. 무릇 교육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신뢰를 상실한 이후의 교육은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의 근원적 처방을 도외시하고 땜질처방에 매달리는 근시안적 자세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아동폭력을 방자하기 위해 교사들의 인권침해를 감수해야한다는 공세는 대책이 아니다. 중요한 두 개의 가치를 함께 보호하고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아동폭력을 철저히 방지하되 교사의 소명의식을 높임으로써 문제해결에 다가서는 게 마땅한 방식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면서 대책을 급조하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살피면서 좀 더 근원적인 처방에 다가서기 위한 우리사회의 합의된 노력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