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수필가
▲ 김사연 수필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국회의원의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더라도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 선으로 증대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안을 내 놓았다.

이것은 전국을 5~6개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각각 의석수를 먼저 배정한 후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눠 갖고 지역구 당선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은 "현재의 의석 수가 20여년 전 인구와 경제를 기준으로 산정된 숫자로 변화된 사회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다양한 계층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선 의원을 늘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가부채가 3783조원으로 1인당 1억원에 이르는 비상사태에서 살림을 줄여야하는 판에 오히려 국회의원의 숫자를 증원하자는 주장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보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가 모자라서 국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한다지만 세비 외의 적지 않은 지출은 똑같이 나갈 것이며 훗날 은근슬쩍 원상회복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90명을 증원하는 이유가 다양한 계층의 민의를 대변하고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라지만 지방차치 기초의원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비례대표 의원 공천에 이러한 원칙을 지킨 경우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평소 "회장님 같은 분이 직역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시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막상 독대를 하면 임기 중 받는 세비의 몇 배에 이르는 공천 헌금을 요구한 지구당위원장도 있었다. 전문성을 제쳐놓고 오래 봉사한 당직자를 보은 차원에서 비례대표의원으로 공천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은 과거 선거법 위반 관련 언론 보도를 통해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은 당 운영비를 마련하는 창구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해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고비용 저효율의 국회를 쇄신해야 하고 국민들이 신뢰하는 민생국회를 만들려면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야당 내부에서도 의원 정수 증대에 의견차를 보이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비례성을 높여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과거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혁신방안과 같은 것이라며 지금은 국회의원 정수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의원정수 확대로 연결되는 건 아니며 현재의 정수를 지키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전문조사업체인 '리얼미터'는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7.6%가 비록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7.3%, 나머지 15.1%는 '잘 모름'이라고 답했다.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국회의원 수 증대안은 없던 일로 해야 한다. /김사연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