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대결국면 탈피 화합 물꼬를"
우리는 언제쯤 판문점에서 남북이 함께 어우러지는 예술무대를 볼 수 있을까. 분단의 철조망을 넘어 흐르는 평화의 선율을 들을 수 있을까. 판문점에서 남북합동음악회 한 번 열지 못하는 광복 70주년은 못내 씁쓸하다. 남북 당국은 광복절 공동행사를 추진했지만, 교섭은 사실상 결렬됐다. 극적인 반전이 있지 않은 한,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제각기 따로 경축행사를 하게 될 듯하다. 그에 따라 민간차원에서 추진되던 합동공연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린덴바움 오케스트라(대표 원형준)' 관현악단은 올해 초부터 판문점 남북합동공연을 준비해왔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냉전의 한복판에서 삼엄한 대치상태를 녹일 따뜻한 선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음악가 크리스토프 포펜(Christoph Poppen)이 지휘하는 이 오케스트라는 70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악장, 플롯, 타악기 등 3명 이외에는 모두 한국인 연주자들이다. 모든 연주자가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다.

판문점 남북합동공연을 기획한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린데바움뮤직 대표)은 그동안 관계기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남북 당국이 공동행사를 모색하고 있어서 기대 또한 컸다.

남북 당국자는 7월4일 개성에서 공동행사 개최방안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구체적 논의를 위해 7월 31일 추가 실무접촉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무접촉을 하루 앞둔 30일 북측은 냉각된 정세를 이유로 약속을 파기했다. 북측은 팩스 서신을 통해 "남측 지역에서 험악하게 벌어지고 있는 동족대결소동 정세 속에서 과연 8.15 공동행사가 성사될 수 있을지 우려 된다"며 실무접촉 대신 팩스로 추가 협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15일까지 행사준비를 위한 시간이 별로 없는 형편이라 공동행사는 어려워 보인다.

원형준 대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은 무산된다고 하더라고 민간의 노력은 성사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관계기관과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

통일부와 국방부는 '행사의 취지는 공감하나 남북관계의 긴장상황 때문에 승인은 어렵다. 정전협정 제1조 제9항에 따라 UN 사령부의 허가, 북한의 공식적인 행사 참여 등이 가능하면 승인 여부에 대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적극적인 노력은 없이 모두 상대편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린덴바움 오케스트라'는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들은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측 오케스트라와 북측 합창단이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과 '아리랑'을 함께 연주하는 꿈을 꾸고 있다.

원형준 대표는 지난 7년여 동안 분단의 아픔을 음악으로 어루만지기 위해 애써왔다. 2009년부터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를 구상, 추진했으나 '한미연합군사훈련' 등의 이유로 북측이 무기한 연기를 통보해 무산되었고 지난 2013년 10월에는 한국전쟁 정전 60돌을 기념해 스위스 중립국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 스위스 회견장에서 피아노 앙상블 공연을 하기도 했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음악적 노력이 거듭 좌절되는 가운데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남북 간 경직된 대결국면을 벗어나 다양한 채널로 노력한다면 화합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남북합동음악회는 화합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남과 북 모두에게 가장 기뻤던 날의 기억을 같이 되찾고 싶다.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린덴바움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일 서울 독립문에서 'ONE PEOPLE ONE HARMONY : 평화의 음악회'를 연다. 또 15일 남북합동공연이 무산된다 하더라도 국방부 허가를 받아 통일대교 검문소 앞에서 남측 오케스트라만으로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장태영 기자 jty141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