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임시주거시설 태부족
"휴식 공간·쉼터 마련해야"
▲ 3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앞 광장에 노숙인들이 숙박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인천지역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만큼 노숙인이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앞 광장에는 지난해 겨울에 없던 나무로 만든 침상 1개가 새로 자리를 잡았다.

평상 위에는 라면 상자에 담긴 옷들과 냄비, 식용유, 소금 뿐만 아니라 이불과 베개 등 살림살이가 놓여져있다. 또 평상 근처에 있는 벤치 뒤 빨랫줄에는 이불과 옷가지들이 걸려져 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총으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꺼려하는 노숙인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곳이다.

부평역 광장을 자주 찾는다는 A씨는 "노숙인들이 겨울에는 근처 전철 지하도에서 잠을 자고, 여름이면 광장 공터에 살림살이를 갖다 놓고 지낸다"며 "부평역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숙인들 중 일용직이나 시간제 근무를 통해 번 돈을 모아 이불 등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오후 2시 인천의 최고 기온은 30.6도였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최저기온이 25.5에 달해 인천에서 올해 첫 열대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인천지역에서 노숙인을 위한 이용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

노인이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처럼 더울 때나 추울 때 노숙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가 무더위를 대비해 부평구에 위치한 임시주거지원시설을 혹서기 쉼터로 지정했다.

임시주거지원시설은 노숙인이 3개월 동안 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더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시는 반드시 3개월이 아니더라도 노숙인이 하루동안 세탁을 하거나 샤워를 할 수 있게 공간을 개방했다.

하지만 인천지역에는 약 141명의 노숙인이 있는 것에 비해 임시주거지원시설의 최대 수용인원은 25명에 불과하다. 또 본래 기능은 주거시설인만큼 노숙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시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노숙인들을 주거시설로 인계하고, 얼음물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쉼터 등이 포함된 인천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전액 시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치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회진·곽안나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