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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월 필자는 런던의 템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사우스와크 브릿지 1번지에 있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본사에서 임원진들을 만났다. IMF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국제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4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파이낸셜 타임스와 공동 주최로 '투자유치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FT의 전문가적인 협조에 힘입은 바 컸다.

▶1888년 영국의 하원의원이며 금융 전문가인 보텀리가 창간한 FT는 4페이지짜리 경제신문으로 때로는 영국의 금융정책을 비판하며 다른 경쟁지들을 흡수하면서 세계적인 경제전문신문으로 성장해왔다. 1979년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판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세계 50여 개 도시에 380여 명의 전문기자와 특파원을 두고 서울을 위시해 18개 지역에서 3개의 각기 다른 국제판을 발행하면서 해외 부수가 본사가 있는 영국보다 많은 세계적인 신문이 되었다.

▶FT는 창간 초기부터 다른 신문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분홍색 용지를 사용해 신문을 찍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FT의 분홍색 신문을 고급식품을 상징하는'연어' 색종이라고 불렀고 파리에서 발행되는 유력지인 르 피가로 역시 경제면을 FT와 같은 연어 색 용지에 인쇄했다. 그 후 경제전문 신문 독자들에게 연어 색은 FT를 상징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 뉴스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종이 신문의 쇠락으로 온라인 독자를 포함해 70만 부 정도를 발행하면서도 세계 3대 신문으로 꼽히던 권위지 FT를 일본의 경제전문 신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13억 달러(약 1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모회사인 피어슨 그룹이 FT를 내놓았다는 소문이 나면서 독일의 출판 재벌 악셀 스프링거사로 넘어갈 것이라던 전망을 뒤엎고 일본의 경제지가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액수를 제시한 것이다.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산값의 5배 그리고 보스턴·글로브가 팔린 값의 20배가 되는 거금을 투자한 니혼게이자이의 저력은 놀랍지만 FT의 미래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종이신문이 아직도 강세인 일본이지만 유럽과 언론 문화가 다르고 디지털화에 뒤떨어진 일본 신문이 앞으로 FT를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하게 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