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납치 등 범죄 잇따라…"CCTV·가로등 설치 등 약속 왜 안지키나"
수원시 팔달구 일대에서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안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CCTV와 가로등 설치 등 안전대책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시와 경찰을 향한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15일 평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20대 여성은 사건 하루 전날 경기도청 인근 로데오거리에서 납치됐다. 이곳에서는 지난 몇 년간 강력범죄가 잇따라 터졌다. 2012년 20대 여성을 집으로 납치해 살인했던 오원춘 사건에 이어 2014년에는 내연녀를 살인한 뒤 시신을 토막내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해 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던 박춘풍 사건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살인사건이 계속되자 수원시는 강력범죄 취약지역으로 꼽혀온 팔달구에 CCTV 및 가로 등 시설증설을 수차례 약속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민선 6기 공약사업으로 지난해 4월 '인구 123만 대도시 종합안전대책(안)'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수원시 치안안전 실태분석 및 대응방안' 연구용역결과을 토대로 경찰서 증설 및 치안력 증설에 행정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팔달구에 방범CCTV 확충, 안전등불사업, 형광물질 도포사업, 안심구역 지정, 로드매니저사업과 각종 재난예방을 위한 재난 예ㆍ경보시설 확충, 유형별 재난대비훈련, 재난안전네트워크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경찰서 신설 등 시간이 걸리는 사업은 차치하고라도 CCTV와 가로등 설치 등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조차도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 사이 살인사건은 또 터졌다.

마침내 지난 14일 20대 여대생이 수원역 번화가 일대에서 실종돼 숨진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과 시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루 18만여 명이 왕래하는 수원역 앞 '로데오거리'는 수원 주민뿐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 장소로 심야시간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거리에 잠든 채 누워 있는 취객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순찰을 실시하는 경찰 인력은 늘 부족하다. 시민 자율방범대 등 협력단체들과의 합동순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으나 이마저도 원활하게 실천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 박모(23·여)씨는 "노숙자·외국인노동자 밀집지역인 수원역 일대에 대한 순찰부터 우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 10일 늦은 시간 혼자서 역전을 지나가는데 노숙자나 조선족으로 보이는 무리가 수군수근 대는 것을 보고 겁이 났으나 순찰하는 경찰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원역 식당 직원 장모(29)씨는 "사건 이후 길에서 쉬고 있는 여성 취객들을 보면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며 "CCTV와 가로등 설치라도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매산로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37·여)씨는 "동네(매산로)골목이 밤만 되면 어두워서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이 매일 무섭다"며 "가로등부터 제대로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등동 거주하는 김모(18·여)양은 "많은 사고로 가뜩이나 무서운 동네인데, 아직도 많이 어둡고 CCTV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며 "사람이 이렇게 죽어 가는데 시와 경찰은 언제까지 예산타령만 하고 있을 것이냐"고 비난했다.

한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전국 성범죄 위험도 측정·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1개 시·군·구 가운데 팔달구는 성범죄 위험도가 171.11로 서울 중구(203.78), 대구 중구(196.67), 서울 종로구(183.49)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조사항목 중 강간 위험도는 179.66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유독 팔달구가 성범죄에 취약한 이유로 단독·다세대 주택이 월등히 많고,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운 골목길 등의 사각지대 때문으로 풀이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