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재정불균형' 바로잡아야 진정한 '생활자치'


지방자치가 부활해 출범한지 20년을 맞았다. 1995년 통합지방선거 이후 6번의 선거를 치렀다.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단체장과 의원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구성한 것이다.

지방자치는 1948년부터 도입했으나, 1960년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지방자치 시행만을 서둘렀던 탓에 지방자치와 관련된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에 인천일보는 지방자치 출범 20년을 성과와 과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이제 홀로 독립할 수 있는 성년이다. 임명직 단체장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지방자치선거는 여·야간의 정권 교체를 이루어 냈다.

주민의 참여와 관심은 지방자치의 꽃이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제도,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마을만들기, 도시계획에이르기까지 주민의 직접참정제도는 광범위하게 도입됐다. 그럼에도 주민의 무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사무배분 비율은 7대3, 재정비율은 8대 2에 이를 만큼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특히 선출직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두 축으로 권력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아직은 힘의 균형이 단체장에게 기울어져 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정부의 장이 제왕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사무기구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인사권을 지방의회에 부여해야 한다"면서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무원의 줄서기를 예방하기 위해 단체장의 재임횟수를 3선에서 재선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4년마다 치르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은 유권자인 그 지역의 주민에게 반응하는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옆 동네 지방정부가 출산장려금을 도입했을 때, 지역 유권자의 원성을 뒤로할 수 있는 수장은 흔치 않다. 유권자의 생활권이 가까울수록 '체감 비교 수위'가 높아져, 인접 지역일수록 선거 경쟁에 따른 모방 효과도 강해졌다.

지방정부의 탄생으로 지역 주민은 지방의 수장과 의원을 뽑을 수 있는 유권자를 넘어 우리 동네를 변화시킬 수도 있게 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민참여예산제'를 들 수 있다.


지방정부가 만들어낸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자체가 예산안을 수립할 때 주민의 의견을 수렴, 나아가 주민이 선택한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세금을 거뒤 다음해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돈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한정돼 있어,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는 각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주민참여예산제'가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높이는 장치로 2005년 임의조항으로 도입된 후 2011년 3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같은해 9월부터 의무화됐다.

경기도는 '경기도 주민참여 예산 운영 조례안'에 따라 공청회 또는 간담회, 서면, 인터넷, 설문조사와 아울러 사업공모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예산 편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도민이라면 누구나 경기도가 추진하기를 희망하는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도민은 제안서를 작성해 이메일이나 팩스, 또는 언제나 민원실과 각 시·군 예산담당관실에 우편이나 직접 제출하면 된다.

특히 주민의 의견제출 절차와 제출된 의견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도록 강행규정도 마련해 주민의 목소리가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

도민 제안 이외에도 도에 주소를 두거나, 도에 사업장이 있는 대표자와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주민참여예산위원 위원에 참여할 수도 있다.

도는 기획행정분과·경제농림분과·문광복지분과·건설도시분과·여성평생교육분과별로 각 14명씩을 공개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주민참여 예산편성 돌입 첫 해인 2012년 도민들은 78억1600만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31건을 요구했고, 도는 8건을 반영해 74억9600만원을 집행했다.

시책 추진비를 포함해 30억원을 투입한 송교-전곡 도로 확장공사 조기 개통 요구가 대표 사업으로 꼽을 수 있다.

2013년에는 도민제안사업 14건에 630억1000만원을 반영,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역시 같은 해에 주민 제안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에 432억3200만원을 투입했다.

2014년에는 지역주민들의 사업제안이 90건(279억6300만원)으로 참여가 높아진 해이기도 하다.

도는 14건에 280억8200만원을 반영, DMZ주변 생태 평화공원 조성 90억원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는 40건(427억3400만원)을 도민이 요구, 13건(524억8700만원)을 반영, 여기에는 도 신청사 건립 일부반영 50억원도 포함된다.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지방정부

중앙정부에서 찾을 수 없었던 지방정부의 모습은 지역주민의 예산참여 이외에도, 지역의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수원시의 경우, 시민주도형 도시계획안으로 '2030년 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30 수원도시계획 시민계획단'과 '청소년계획단'은 국토교통부의 추천으로 우수도시계획사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다.

화성시는 2013년 초부터 벼를 재배하는 농민을 대상으로 '농업인 월급제'를 실시해 농민들의 소득예측불가 문제를 해결goT다.

지방자치 부활과 함께 마을만들기 사업도 기틀이 마련됐다. 안산지역의 경우 1999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 좋은마을만들기 조례가 생겼고,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출범하면서 마을만들기 사업의 영역이 확산되고 수준도 높아졌다.

안산 주민들과 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지난해 화정1동 꽃우물 이야기길 만들기, 대부북동 왕진물 쉼터 복원사업, 대학동 명문거리 만들기, 이동 명품 구룡공원 만들기 등을 만들어 냈다.

그럼 지방자치 20년 동안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행정자치부가 지난 5월 분석한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본격 개막한 이후, 20년 동안 전국에 소재한 의료기관은 2배가 늘었고, 미술관·공연시설 등 문화시설은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통계지표말고도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복지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와 분권을 확립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바로 재정불균형이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가 80대 20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57대 43, 미국의 56대 44, 독일의 50대 50과 비교하면 크게 못미치고 있다. 재권분권이 이뤄진 다음에는 20%에 불과한 지방자치 사무도 바로 잡아야 한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소통과 참여의 거버넌스 행정을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리더십도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는 선거방식이나 지자체 조직 설계, 중앙·지방간 권한 배분 등 제도 정착 중심의 자치였다고 하겠다.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주민이 주인되는 '생활자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화·이경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