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前대표, 연금계좌 불법 이전
업체, 계약이전 요청 … 은행 "불가"
노조 "시 적극적인 해결책 제시를"
시 "노사 간 분쟁 … 법적관여 못해"

인천의 한 버스업체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채 퇴직연금 계좌를 임의로 이전해 직원들이 퇴직금을 못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해당 업체는 버스 준공영제 지원을 받는데도 인천시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탓에 구제 받을 길도 없게 됐다.

5일 인천시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지역버스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월 A 버스업체의 전 대표이던 B씨는 퇴직연금 계좌를 기존 은행에서 타 은행으로 이전했다.

공동대표 체제인 A업체는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B씨, 2012년부터 현재까지 C씨가 각각 실제 운영자다.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한 시점인 지난 2012년 3월은 B씨가 아닌 C씨가 실제 운영권을 갖고 있던 시기다. 그런데도 B씨는 C씨의 동의 없이 기존 서류에서 인감이 찍힌 부분만 오려 은행에 제출해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했다.

금융실명법과 은행 내규에 따르면 계좌개설, 해지 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B씨는 이를 위반한 셈이다.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개설된 만큼 A업체의 퇴직연금 계좌는 불법 계좌가 됐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A업체는 노동부에 불법 통장의 계약 이전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지난해 9월 퇴직연금규약(변경) 신고서 수리 승인 통보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퇴직금은 깡통계좌에 있다.

퇴직연금 계좌가 개설된 은행 측에서 B씨의 동의 없이 퇴직연금 계약이전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버스지부 관계자는 "A업체 소속 120여명의 노후자금이자 노동의 대가인 퇴직금이 금융실명제 위반 계좌로 제재 상태에 있다"며 "지난해 8월 이후 불법계좌이기 때문에 퇴직금이 적립되지 않고 있어 직원이 동시 퇴사할 경우 퇴직금을 못 받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스 준공영제 지원을 받는 A업체의 부실한 회계 관리가 드러난만큼 인천시가 나서 B씨에게 권한 정지를 내리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는 지난 6월 말까지 안전한 계좌로 이전한 것을 권고할 뿐 법적으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퇴직금 문제는 노사 간 해결해야 한다"며 "시에서는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적립할 수 있게 협의를 해라는 정도의 지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곽안나 인턴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