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올스타전 선수선발 웃음 섞인 자존심 대결
▲ 2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선수발표 기자회견에서 최강희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이 양팀 포지션별 선수 선발을 위한 우선권 추첨을 하고 있다. 올스타전은 17일 오후 7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로 나눠 열린다. /연합뉴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과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선수 선발을 놓고 웃음 섞인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2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두 감독과 팬투표 1위에 오른 차두리(FC서울), K리그 클래식 12개 팀의 감독·주장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염기훈(수원 삼성)이 참석한 올스타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올스타전은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의 맞대결 형식으로 치러진다.

양팀 감독은 이날 팬투표와 감독·주장 투표로 선발된 22명의 선수 가운데 골키퍼와 수비수 5명씩을 추첨한 순서에 따라 자신의 팀으로 '영입'했다.

골키퍼 우선선발권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전북의 수문장인 권순태를 지목하며 최 감독과의 신경전을 시작했다.

그동안 대표팀을 꾸릴 때마다 번번이 권순태를 외면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도 안 뽑으면 (팬) 여러분이 오해할까봐 뽑는다"라며 짓궂게 웃었다.

최 감독은 "올스타전 말고 대표팀에도 권순태를 좀 뽑아 달라"며 맞받았다.

이어진 중앙 수비수 선발에서 최 감독이 먼저 오스마르(서울)를 뽑자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도 전북 선수인 김형일을 선택했다.

왼쪽 수비수 선발에서도 슈틸리케 감독은 최철순(전북)을 뽑았다.

결과적으로 이날 '매물'로 나온 전북 선수 3명이 모두 팀 슈틸리케 유니폼을 입게 된 것. 공교롭게 이날 함께 발표된 팀 슈틸리케 유니폼 색깔도 전북과 비슷한 밝은 녹색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북이 현재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전북 선수들로 채워진 우리 팀이 올스타전에서 승리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만약 진다고 해도 책임을 회피하기 쉬울 것 같다. 전북 선수가 많이 포함돼 있으니 모든 책임을 최 감독에게 돌리겠다"며 평소 대표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농담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 감독도 지지 않았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님이 책임 회피하기 쉽도록 미드필더와 공격수 선발 때도 전북 선수는 아무도 뽑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올스타전이 이벤트성 경기이지만 이번만큼은 '진검승부'가 될 것 같다"며 씩 웃었다.

권순태, 김형일, 최철순을 비롯해 임창우(울산 현대), 알렉스(제주 유나이티드)가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김승규(울산), 차두리, 오스마르(이상 서울), 요니치(인천), 홍철(수원)이 팀 최강희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편, 차두리는 "최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던 시절 한 번도 선발되지 않았다"라면서 "은퇴하기 전에 하고싶은 것을 다 해보고 싶다.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자신을 선발해 줄 것을 '애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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