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원내대표 책임론' 제기 사퇴촉구 - 이재오 등 중진 강력 반발
▲ 1일 오전 비공개 회의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 유승민 원내대표, 김태호 최고위원, 이인제 최고위원, 김을동 최고위원.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거부권 정국'으로 불거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놓고 당 내 계파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들은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비박계 재선 20명과 원내부대변단 14명에 이어 중진들까지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질타하고 나섰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재오·정병국·이병석 등 친이(친이명박)계 중진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요구에 강력 반발했다.

친이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사실 본질은 BH(청와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며 "국회법을 처리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본질이 돼야 하는데 유 대표 거취 문제, 사퇴 문제로 이렇게 옮아간 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를 향해서도 이 의원은 "당 지도부라고 하는 것은 의원들 또는 의총의 결과 이런 것들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는 자리인데 BH 의견을 당에만 전달하는 건 옳지 않다"며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기와 같은 생각만 존재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은 나가라고 하면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 그건 사당(私黨)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민주정당이지 않나. 민주정당의 길을 가야지, 사당화의 길을 가면 안 되지 않나"라고 거듭 박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도 "최고위원회의는 당의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키우는 것 같아서 이해를 못하겠다"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되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깝고 부끄럽다.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병석 의원 역시 "우리가 그 당시에 협상권을 의총에서 (협상권을) 전적으로 위임했던 것 아닌가"라며 "의총에서 4시간이 넘는 토론을 해서 결과를 도출한 것 아닌가. 거부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유 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선 의원들의 의사와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2011년 홍준표 대표 시절 유 원내대표가 최고위원직을 던진 사실을 언급하며 "유 대표도 사퇴하지 않았나. 그때 당 지도부가 다 당을 위해 사퇴한 거 아닌가"라며 "이런 상황은 유례가 없다.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원내사령탑은 야전사령관이고 대통령은 총사령관인데 조율에 실패했다. 조율이 안 된 채 원내지도부가 밀어붙인 것 아닌가"라고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과 박 대통령 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 등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상학 기자 jshin020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