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자크 시라크가 파리 시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외국 언론사 특파원 자격으로 자문역을 맡았던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당시 필자는 400여명에 달하는 파리 주재 외국 특파원의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고 관례에 따라 파리 시장의 자문역을 맡게 된 것이다. 자문회의는 분기별로 개최되었지만 파리 시장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초청되어 시장과 대화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다.

▶당시 시라크 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던 관광 관련 회의에는 중앙 정부의 관광 담당 부서와 파리 시청 관계자들이 배석했는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시라크 시장이 갑자기 필자에게 "한국인 친지들이 파리에 오면 어디로 먼저 안내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회의가 있던 당일에도 파리 남쪽의 만종으로 유명한 밀레의 화실이 있는 바르비종을 다녀온 터였기에 바르비종을 자주 간다고 대답했다.

▶시라크 시장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파리 시내에서는 어느 곳이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은 기본이고 고급 가게들이 많은 쌩토노레와 파리 중앙 시장인 렁지스도 자주 찾는다고 했더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배석해 있던 관광 담당자들에게 앞으로 한국인들이 파리를 많이 찾게 될 것이니 한국어 안내 책자에 렁지스와 쌩토노레에 관한 정보를 꼭 넣으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물론 파리시 관광 담당 부서에서는 국적별 관광객들의 취향은 물론 그들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어디서 숙박하며 식사를 하는지 세부적으로 추적한다. 프랑스를 찾는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프랑스인들의 평균 소득보다도 낮다는 것을 전제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철저하다. 프랑스가 세계 최대의 관광 대국이 된 것은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을 찾는 유커(遊客: 중국 관광객)가 늘어나고 있지만 재방문 비율은 매년 감소해 2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관광 산업 측면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國格)과 대외 이미지에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책과 배려가 아쉬운 시점이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