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들어 인천시립박물관을 찾는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주엔 박우섭 구청장을 비롯한 인천 남구청 직원들과 각지에서 파견된 시도서울사무소 직원들이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아 박물관을 돌아본 뒤 인천을 재발견했다는 후문이다. 남구청 직원들과 같은 날 박물관을 찾은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파견된 시도서울사무소 직원들은 이날 선사시대부터 인천 개항기까지의 관련 유물을 둘러보고 "내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보게 됐다", "모처럼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29일엔 인천 해안을 지키는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장병 20여명이 시립박물관을 방문해 인천 지역사를 배우는 자리를 갖는다. 앞서 인천검찰청 직원들과 지역의 학계 문화계 인사들도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아 인천의 그윽한 향기와 역사의 자취를 만끽한 바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946년 4월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인천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광복 이후엔 혼란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정서적 공황상태에 있던 인천 시민들에게 휴식과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석남 이경성, 검여 유희강 선생 등 인천시립박물관의 관장을 역임한 인물만 보아도 이 박물관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박물관이 있기까지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한 사람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다. 박물관에 우현 고유섭 선생 동상을 세워 우현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가 하면, 10년 가까이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박물관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27일 박물관에서 열린 '고승호, 끝나지 않은 항해' 개막식에서 조우성 관장은 이같이 말하며 지 이사장의 공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립박물관은 수장고가 포화상태인데다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청량한 자락에 그윽하게 앉아있는 것도 좋지만, 보다 큰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영접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그동안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었던 인천시립박물관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이때,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이전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