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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이 전하는 일본 '하시마' 탄광 섬의 모습은 흡사 군함 같다. 하늘에서 찍은 섬의 윤곽도 그렇고, 거기에 세운 시멘트 구조물들이 마치 항공모함 선교 위의 사령탑과 비슷해 보인다. 군국주의 회고 취미에 젖어 열광하고 있는 일본인다운 명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곳이 지옥과 다름없는 해저 탄광으로 우리 백성들이 징병으로 끌려 나가 온갖 학대와 수모를 겪으며 죽어간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산업을 일으킨 현장이라고 운운하기에는 역사의 형해(形骸)들이 기괴하게만 보인다.

▶일본인 특유의 기괴 취미는 영화, 소설, 수필, 만화 등에 넘쳐나지만, 그걸 무슨 환타지인 양 포장하는 잔꾀에 맥없이 또 넘어갈 수는 없다. 강제 노동의 현장인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은 그런 면에서 일본인의 철면피한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이다.

▶하긴, 어린 학생들을 끌어다가 비행 훈련을 시키고, '천황폐하를 위하여 죽는 영광'을 국가 권력으로 강요했던 '가미가제(神風) 특공대'의 각종 자료도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라는 일본인들이다. 수많은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내몬 저들이 제 정신을 차리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하지만 정신 못 차리고 있기는 우리도 다를 바 없다. 21세기 인천광역시의 운명을 좌우할 허브 도시라고 내세우는 지역의 이름을 일본식 이름인 '송도(松島)'라고 짓고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어찌 일본의 군국 도발을 나무라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일제는 1936년 인천부의 76개 동명을 일본식 '정명(町名)'으로 강제 개칭하면서 무려 13개 동명을 일본의 군함 이름을 바꾸었다. '옥련동(玉蓮洞)'은 '송도정(松島町)'이라고 얼토당토않게 고쳤는데, 수년전 그런 영문도 모른 채 그를 되살린 게 연수구였다.

▶그렇다고 그에 대해 인천의 우리들이 앞장서 반성과 개선책을 내 본 일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군국주의 명찰을 가슴에 달고 인천의 21세기를 꾸려 나갈 수는 없다. '군함도' 등재 신청을 나무라기 전에 먼저 '송도동'이란 지명부터 고쳐야 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