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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 어느 여름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송림초등학교 운동장 철봉대 앞에 나란히 서있던 막이 우리들 교실이었는데 어수선했다. 발밑은 질척였고, 머리 위로는 천 아래로 배어나온 빗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책과 공책이 젖을세라 물기를 훔치느라 바빴다.

▶이상하게도 그 황망한 '국어시간'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담임선생님이 먼저 책을 읽으면, 우리는 마치 둥우리 속의 제비처럼 입을 벌려 합창하듯 읽었다. 옆 반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가 들리면 약속이라도 한 듯 경쟁적으로 더 큰 소리를 내어 국어책을 읽어 갔다.

▶나이 들어서까지 국어를 익힐 수 없었던 성인을 위한 '국어 공부'는 6·25전쟁 전에 이미 있었다. 1946년 10월21일 인천성인교육협회가 창설돼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5월24일엔 문교부가 만든 '국문 초보' 3만부를 지역에 무상 배포하는 등 문맹퇴치에 앞장을 섰다.

▶그러나 사업은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전쟁 통에 3년간 교육이 중단된 데다가 전후에는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라 지지부진할밖에 없었다. 지금의 60대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인 1956년에도 인천시교육청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가 문맹자 완전 퇴치 운동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당시 인천의 문맹자는 9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전 세계 최저인 1%대가 되었고, 문자 해독을 근간으로 한 교육의 힘으로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개발도상국에게 원조를 하는 중진국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반면에 전 세계에서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약 19%이고, 그 가운데 문맹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남수단 국민 27.0%만이 문자 해독자이다. 2위는 아프가니스탄 28.10%, 3위는 아프리카의 니제르로 28.7%만이 문자 해독자였다.(CIA 월드 팩트 북)

▶이번 인천 세계교육포럼에서 '음람보응쿠가' 유엔 여성기구 총재가 "세계 성인 문맹의 3분의 2가 여성"이라며 '양성 평등 교육'을 역설했다. '인천 선언'이 지구촌 문자 교육의 대전환점이 되어 모두가 함께 읽고 배우는 환한 세상이 됐으면 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