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는 20일 한화와의 팀간 5번째 경기에서 승리(24승15패)하며 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2000년대 중·후반 '밥 먹듯'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당대 최고의 강호로 '왕조'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던 SK는 2007년 우승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사상 최초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뤘고 그 가운데 3번을 정상에 섰다.

하지만 2013년과 지난해 연달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왕조의 명성에는 생채기가 났다. 와신상담하던 SK는 올 시즌 김용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재도약에 나섰고 아직 리그 초반이지만 현재까지 인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투·타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의외의 복병' 박재상(33)과 돌아온 '불펜 에이스' 정우람(30)이 있다. 박재상은 정근우(한화 이글스), 김강민(SK)과 동갑이다. 두 친구는 지난해 FA 자격을 얻고 대형 계약을 했다. 박재상도 지난해 '예비 FA'로 분류됐지만 1군 무대 출전(38경기) 횟수가 모자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재상은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다. 사실 올 시즌 개막 전까지 박재상은 수비를 주로 하는 '백업 외야수'로 분류됐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엿한 주전 외야수다.

20일까지 박재상은 타율 0.311로 이 부문 20위에 올라있다. 2001년 프로 데뷔 이후 매 시즌 평균 1~2할대 타율(최고 2007년 0.295)을 기록했을 뿐이지만 이 기세라면 올 시즌 최초 타율 3할 이상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SK의 든든한 불펜 정우람의 기록은 더 놀랍다. 19일까지 21경기에 나와 3승 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다. 11번의 홀드 기회에서 10홀드를 올렸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입이 더 벌어진다. 정우람이 등판할 때 앞선 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는 총 17명이었다. 이중 홈을 밟은 이는 1명뿐이다.

기출루주자 득점 허용률은 0.059. 10명 이상의 기출루주자를 두고 던진 투수 중 정우람보다 낮은 득점 허용률은 기록한 투수는 없다. 이처럼 투·타에서 제 몫 이상을 해주는 선수들과 함께 '승리보다 선수'를 우선하는 김용희 감독의 '기다릴 줄 아는 용병술'이 결국 V4의 역사를 만들어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