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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연금개혁 등 복지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연금개혁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은 노년층에 대한 부양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이에 대응할 사회의 역량은 크게 떨어져 가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한 세계경제 트렌드 전문가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의 저서 <마켓쇼크>(Market Shock, 2000)에서 제2장의 제목은 '고령화 사회가 정부를 파산시킨다'이다. 소제목에는 '더 오래살고, 빨리 퇴직하고'도 있다. 실제로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정년에 맞춰 은퇴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색할 정도다. 은퇴시기를 늦춘다면 국가사회가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는 기간을 벌 수 있다. 정부의 파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만,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는 일자리라는 파이의 크기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한정된 일자리로 고정된 구조가 아니다. 노년층이 일을 해 소득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가 발생함으로써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피델리티자산운용이 의뢰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은퇴 후에 연간 456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득대체율 57%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은퇴소득은 기대소득에 훨씬 밑도는 44%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조사는 지난해 20~59세 2인 이상의 도시근로자 가구에서 분석한 결과다.

세계 각국은 정년을 연장하는 추세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프랑스는 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당선 이후 62세 정년을 60세로 환원했지만 연금보험료의 부담기간과 액수를 연장했다. 일본은 60세 정년제도를 유지하면서 65세 고용연장 또는 정년폐지를 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대만, 싱가포르 등이 정년을 62~64세로 연장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60세 정년법'이 통과돼 다음해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한다. 2017년 1월 1일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게 되고, 65세 정년을 시범 실시해 2023년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정년 연장은 결국 인구 고령화에 대처하고, 생산력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이다. 장수하는 노인인구가 많아져 막대한 연금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저출산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함으로써 연금재정에 쌓이는 돈보다 나가야 되는 돈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연금재정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저출산 기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저출산의 원인은 출산·육아 지원제도의 미흡, 사교육비 부담 가중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교육비를 들 수 있다. 일하는 '직장 맘'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공공 보육시설의 부족은 경제 사회적 육아비용을 과중하게 만들고 있다.

다음 세대들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는 국가사회에 대한 불신 속에서 아이 없이 생활을 즐기려는 젊은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이 필수 아닌 선택이 됐다.

일반적으로 3세대 가족 구성원의 모임에서는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세대가 비용을 부담을 하게 된다. 어린 자녀세대는 70대의 조부모와 30~40대의 부모에게서 소황제 대접을 받게 된다. 만혼과 저출산 현상으로 '조카바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졌다.

이모, 고모, 삼촌들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20년 후의 초고령 사회로 타이머를 돌려 보면,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4세대 가족 구성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거꾸로 이때에는 모든 가족의 사랑을 받았던 조카 세대가 조부모,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 부양에 대한 큰 부담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17.3명이었다. 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하지만 2040년에는 57.2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고, 2060년에는 101.0명으로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될 것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으로 연금을 납부하는 부양세대가 작아 조기 연금고갈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고령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저출산이 연금적자의 주범이다.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연금개혁의 핵심은 저출산을 극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