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교수

TV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 종일 안 좋은 사건사고 일색인 날이 많다. 국민들에게 전해줄 희망의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월호 사건이 언제 일인데 여태 마무리를 못하고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인지, 유가족들의 부당한 요구 탓인지 아니면 해결의 의지나 능력이 없는 정부의 무책임, 무능 탓인지, 국민들을 피로하게 하고 있다.

▲ 모세종 인하대교수
총기사고, 자살, 구타, 성추행 등 끊이지 않는 군대문제가 이제는 예비군마저 이에 가세하고 있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군이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는 갑을 관계의 횡포 논란은 우리 사회 불평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고, 흉악무도한 살인 범죄에서 사사로이는 주행 중 보복운전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끊이지 않는다. 일상처럼 되어 버린 해외여행에 잦은 항공기 안전사고는 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도 있다.

미래의 희망인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로 대치국면을 손 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어, 통일을 위한 일보 전진이라는 희망은 고사하고 그저 북한의 어수선한 상황을 전하며 국민들에게 불안만 안겨주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에도 지혜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니 협상력 제로인 셈이다.

대립일변도로 치닫는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중국에서는 한국기업이나 한류의 쇠퇴가 가속되고 있어 한국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고, 역사인식이나 정치군사문제에 한국보다 일본으로 기운 듯한 미국의 태도변화 등은 미국, 일본, 중국과의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도대체 한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과연 희망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최근의 총리, 도지사 등 전 현직 국회의원들의 부정수뢰 소식은, 역시 정치가들은 모두 그런 것인가 하며,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공직자 인사청문회가 후보에게 흠결이 발견되어도 고개 한번 숙이고 사죄하며 넘기면 되는 정치 쇼로 전락하고 있는데, 정치가들의 부정부패 사건 역시 검찰의 수사만 잘 피해가면 국민들은 쉽게 잊어 주니 순간만을 모면하면 만사형통인 셈이다.

재벌들은 일을 안 하고도 수백억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혹사당하고, 미래가 불안하기만 한데 근로자들은 구조조정의 해고위험에 노출되어, 백세 장수시대에서의 길고긴 퇴직 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할지 막막하기 만 하다.

하우스푸어의 아우성이 엊그제였는데, 주택경기가 다소 회복 되는가 십자, 허위과장광고에 국민을 빚더미의 나락으로 빠트린 그 엉터리 같은 선분양제도의 부조리는 고쳐지지 않고, 저금리를 등에 없고 지금이 기회라며 이쪽저쪽에서 다시금 국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복지논란에 국민들의 조세부담은 한계치를 넘고 있는데, 연말정산의 세금폭탄 등은 국민들의 불만을 폭발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혈세낭비가 심각하고 조세정의가 구현되지 않는다고 믿는 현실에서, 나도 살기 어려운데 절실하다 한들 타인의 복지를 위해 선뜻 증세에 동의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물며 보편적 무상복지와 같은 명분이 갈리는 사안에 동의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당의 주장이 옳으니 양보할 수 없다며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으니, 이런 정치가 민의를 반영하는 민주주의 구현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망국의 고질병인 당파싸움만 재현하며 자신들을 위한 행보에만 몰두하는 정치권에 사회문제는 늘 정쟁의 도구일 뿐 진정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아닌 것이다.

타협과 양보가 없는 정치권의 행태에서 국민들이 보고 배운 것은 그들과 마찬가지의 막무가내 식 자기주장뿐이다. 늘 보고 자란 것이 투쟁이니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보여주는 것 또한 양보나 타협이 아닌 목적달성을 위한 사생결단식 투쟁이 많다.

경기침체에 시름하고 있는 국민들이 뉴스를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분노조절장애라는 생소한 용어가 빈번히 들릴 정도로 인내심은 없고 불만은 즉시 표출해 버리는 현대인들에게 무분별한 뉴스전달은 모방행위를 부추길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사건 사고를 다루는 것이 뉴스이겠지만, 작금의 한국 뉴스는 부정부패, 참담한 사건사고 등 우울한 것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어, 한국이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절망만이 가득한 사회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매스컴이 전하는 소식도 결국은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일 텐데, 그렇다면 뉴스는 보다 나은 사회건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도 담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

흔히들 '알권리'를 운운하는데 국민이 뭘 알아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명언을 뉴스보도에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기를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