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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라인으로 쭉 뻗었다. 황해 쪽으로 난 32.5㎞ 왕복 6차선의 도로다. 리듬을 타고 손을 흔든다. 도로 양쪽 해상에 꽂혀 있는 수 백여 기의 바람개비 풍력발전기다. 30여분을 지나 도착한 곳은 돌섬인 소양산도다. 세계 1위의 컨테이너 항만이다. 1년에 무려 1500만개의 컨테이너가 드나든다. 길이 5600m의 부두에는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배들이 있고, 옆에는 키가 120미터인 꺽다리 겐트리 크레인이 빠른 몸동작으로 한 시간에 30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줄선 트럭에 내린다. 생동감 있는 항만 전체가 '상하이 트위스트'를 추는 듯 경쾌하다.

'차이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 아이디어나 규모가 놀랍다. 하긴 2200년 전에 3만㎞ 만리장성을 쌓았던 유전자를 가진 민족 아닌가? 그런데, 소양산도 건너편 대양산도에도 진입로를 연결해 2020년까지 부두를 18000m로 늘린다하니 열린 입이 닫히지 않는다. 2400만 명이 넘는 상하이 시민들과 장강 유역을 따라 이어진 내륙도시들의 대단한 젖줄 이야기다.

인천과 상하이는 닮았다. 인천은 상하이와 마찬가지로 항만과 공항이 자리 잡은 물류허브다. 상하이에 7년 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을 수 있던 것은, 그 지역이 프랑스 조계지로서 치외법권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1842년에 난징조약으로 강제 개항된 후 각국 조계지가 설정된 양쯔강 하류의 물류와 상업의 허브로 커왔다.

인천은 1883년에 강화도 조약에 의해 강제개항되어 역시 각국 조계지가 설정되어 있었고 우리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하이는 베이징과 멀고, 인천은 서울과 가깝다는 점이다. 상하이는 철저히 상업의 중심지로서 나름대로의 개발전략을 가지고 생존해 왔다면, 인천은 수도권의 관문이니 뭐니 하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서울의 변두리로 전락해 왔다.

상하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천의 갈 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상하이는 자유무역구와 항만을 한 덩어리로 묶는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양산항까지 잇는 동해대로 초입에 있다. 상하이 정부가 외국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고 물류중심인 로지스틱스 허브로 조성했다. 핵심은 '네가티브 리스트'다. 안 되는 몇 가지만 빼고 다 된다는 것이다.

관리위원회 젠따넨 부주임은 "개방수준과 투명도가 핵심내용"이라고 한다. 사회주의국가답지 않게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은 것은 모두 가능, 법에 의해 부여되지 않은 권한은 행사 불가, 법에 의해 규정된 직책은 반드시 준수"라는 원칙을 세웠다. 부러운 점은 국내기업에 외국기업과 차별 없는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내국기업이 몰려야 외국기업도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입주자들의 목소리도 경청한다. 자유무역구내 기업, 협회, 민간비영리단체, 전문서비스기구 등 '사회참여위원회'가 구성됐다. 무역구 입주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개방이라는 시장질서를 준수하고 각종 사업을 공조하도록 조정한다.

항만은 어떤가? 시장은 안정되고 운영주체인 상해국제항무집단의 순수익이 23%가 넘는다. 원래 해운항만업계에서 선사가 갑이요, 항만운영체가 을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갑을관계가 바뀐다. 배후의 막대한 물량 때문이다. 항만을 이용하는 모든 제반조건과 비용을 지자체가 대주주인 항만공사에서 주도한다. 40종이 넘는 항만연관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한편, 이러한 일방적인 항만제도 운영과 이용료 부과 등은 많은 항만이용자들의 불평을 사고 있기도 하다. 지난 달에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단으로서 둘러보니 우리 선사들이 높은 항만이용료 부과 및 각종 요구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우리 정부와 같이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인천은 '물류'를 인천의 먹거리를 창출할 8대 전략사업의 제일 앞에 놓았다. 인천 창조경제센터의 테마도 '물류'다. 물류가 선도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중국과 같이 우리 경제자유구역에도 국내기업들이 외국기업과 차별 없이 들어와서 터를 닦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 되고 물류를 일으킬 것이다.

더불어 물류를 이루는 항만과 공항을 지원할 해양플랜트, 항공제조, 신에너지원과 같은 신흥제조업도 유치한다면 많은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류정책의 포커스는 중국이 되어야 한다. 한중FTA가 발효되면 10년 내에 458억 달러 상당의 수출입 관세가 철폐된다. 한중간의 물동량이 30% 이상 늘 것이다. 인천은 해양수산부 선정 대중국 거점항이다.

하지만, 인천이 실질적 혜택을 누릴 전략은 걸음마 단계다. 인천시에서는 인차이나(In-China)전략을 통해 상하이, 칭따오, 위하이 등 국제도시들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적극적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그 도시들과 마주보고 박자와 리듬을 맞출지는, 꼭 산업현장과 함께 연계해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