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4회

영국의 하원의원 선거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다.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면서 1377년부터 국민들이 직접 뽑는 하원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다수당에서 총리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전국을 650개의 소선거구로 나누어 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당수들이 접전지역 선거구를 찾아 자기당의 후보자들을 돕는다. 길거리 유세는 찾아보기 힘들며 당수급 거물 정치인들도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에서 만난다. ▶프랑스의 국민회의(하원)도 영국보다는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탄생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드골 대통령의 제5공화국 때부터 모든 공직 선거에서 1차 투표에 이어서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뽑는 하원의원의 경우 1차 투표에서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들만이 결선 투표에 진출한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군소 정당의 난립을 막겠다는 취지다. ▶영국 하원의원 선거는 정권이 어느 정당으로 가느냐는 중차대한 선거이며 대통령 중심국가에서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성격과 비중이어서 신문이나 TV 같은 대표적 언론에서는 국가적인 의제들을 선거 쟁점으로 다룬다. 650개나 되는 소선구에서 당선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기반과 인기도 중요하지만 선거 당시의 국가적 쟁점과 지역구와의 관계에 신경을 쓴다. ▶577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프랑스 국민회의 선거 때 언론들은 결선투표에 진출할 수 있는 후보자들을 예상하여 과거 선거 때의 투표 성향과 지역구의 특성들을 종합하여 결과를 예상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중요하지만 600여 개에 달하는 소선구에 대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는 이번 4곳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이라기보다는 TV나 신문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유권자들이 모이지 않고 만날 수도 없으니 찾아가는 곳은 재래시장 상인들뿐이며 지하철역에서 바삐 다니는 승객들과 악수나 하고 인사하는 게 고작이다. 선거 때마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유세차를 타고 빈 거리를 누비는 행태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하겠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