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행의 경쟁상대는 IT다"

돈 없이 돈 쓰는 디지털뱅크  눈앞
글로벌 시장 공략 대표 은행 소개
실무자 인터뷰 등 성공 사례 담아


최근 '핀테크'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디지털뱅크가 시작되려하고 있다.

올 들어 핀테크가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에서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지점 수가 적어 고객 확보에 취약한 국책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디지털뱅크 설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투자자문 매체인 모틀리풀은 은행에 대해 '다음번에 쓰러질 차례를 기다리는 도미노'라고 표현하며 서점과 음반가게가 걸은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TM 기기가 도입된 이후 은행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서 2005년 1분기 비중은 26.9%에 달했지만 2015년 1분기에는 11.3%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점 창구에서 거래가 줄어든 만큼 은행들은 지점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에 대한 개념 자체가 180도 바뀌는 것이다.

신간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는 영국 금융시장 분석가이자 2004년부터 시작된 유럽 네트워킹 포럼 '파이낸셜서비스클럽'의 설립자인 크리스 스키너가 앞으로의 금융 신세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은행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은행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은행이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삼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디지털 혁명으로 IT와 은행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마존의 '페이팔'과 애플의 '애플페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성과 다음카카오가 각각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를 내놓으며 '핀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이처럼 돈 없이 돈을 쓰는 세상, 다시 말해 데이터가 실물 화폐를 대체하는 세상이 어렴풋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책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은행을 소개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개수에 금리가 연동되는 독일 피도르은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향력에 따라 신용등급이 조정되는 미국 모벤, 신규 가입자에게 100파운드를 지급하는 영국 퍼스트다이렉트, 2G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이체 서비스로 아프리카에 금융혁명을 일으킨 케냐 엠페사의 생생한 사례를 담아냈다. 저자는 이들 은행의 대표 및 실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 은행의 성공 전략을 들려주며, 핀테크가 우리의 금융 환경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티핑포인트가 머지않았음을 강조한다.

크리스 스키너 지음,안재균 옮김,미래의창,415쪽, 1만8000원

/김상우 기자 theexodu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