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박 대통령, 이완구 총리 사표 수리
70일만에 퇴임 … 사실상 '최단명 총리'
▲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이임식을 마친 뒤 울음을 참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권의 맹주'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도 거론됐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2월17일 총리에 취임한 지 70일만이다. 사실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열린 이임식에서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과했다.

이어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국민의 뜻을 받들며 국민과 함께 일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며 소통, 공직기강 확립, 부패척결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큰 희망을 갖고 시작했다"면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간 최근의 일과 관련해 우리 사회, 우리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관해, 그리고 특히 공인으로 다해야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박 대통령은 오후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충남도지사 출신인 이 총리는 '포스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로 통할 만큼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총리 후보자로 낙점된 이후 청문회 과정에서 병역 면제 의혹과 언론 외압 의혹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회 인준을 통과하게 된다.

이후 이 총리는 지난 2월17일 총리에 정식 취임하면서 '충청권 대망론'의 중심에서 일약 차기 대선 주자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 10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를 만났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무엇보다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말 바꾸기 논란'이 불붙으면서 '사퇴 압박'을 버텨내지 못한 채 취임 이후 두 달여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결국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신상학 기자 jshin020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