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오귀스트 앵그르(INGRES)는 19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는 18년간 이탈리아 로마에 옛 그림을 연구하면서 라파엘로에 심취했다. 그 후 프랑스로 돌아와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상파 화가들인 드가와 르누아르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서남쪽 프랑스를 여행하다가 항공 산업으로 유명한 툴루즈 인근의 몽토방(MONTAUBAN)이라는 중소도시에 앵그르 미술관이 있기에 들어가 보았다. 이곳 출신인 화가 앵그르의 대표작인 '목욕하는 여자'를 볼 수 있는 알찬 미술관이었다. ▶몽토방의 또 다른 명소는 200 년이 넘는 서점이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유서 깊은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 시장이 앞장서서 시민들의 호응을 받아 중앙정부의 지원과 모금활동을 벌여 살려낸 것이다. 몽토방 시민들은 오래된 역사와 함께 프랑스의 서점들 중에서 전기물과 역사서적을 두루 갖춘 서점을 자랑삼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80년대부터 음향기기, 카메라, 서적 등 문화상품의 대형 유통업체 FNAC에서 책값을 20% 이상 할인 판매하자 소규모 동네 서점들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파리시와 문화성에서는 동네의 소규모 서점이야말로 주인과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서 '문화적 대화'를 나누는 산실이라면서 FNAC의 할인 판매에 제동을 걸고 소규모 책방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반스 엔드 노블은 1873년에 창업한 출판사 겸 서점 운영회사로 뉴욕 증권거래소의 상장기업이다. 미국 전역에 720여 개의 서점과 630개의 대학서점을 갖고 있는 미국의 지성을 상징하는 출판문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마존 같은 대형 인터넷 서적 유통기업의 등장으로 반스 엔드 노블은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나 도시경영자들과 대학 당국은 시민들과 함께 서점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반스 엔드 노블 같은 서점이 있어야 도시의 품격이 유지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우리고장 인천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것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 뜨거운 것도 현실이다. 이번 세계 책의 수도 지정을 계기로 외형적인 행사도 마다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알찬 도서관, 양서를 내는 출판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서점들이 자리 잡고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