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중구 월미도에 자리한 한국이민사박물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이민사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8년 6월 우리나라 최초 이민사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지만 '이민사'의 주도권을 서울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인천시가 지난 2014년 정부로부터 한국이민사박물관 증축을 위한 매칭펀드를 제안받고도 자체 예산 확보 등에 소홀한 틈을 타고 서울시가 협의를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국립이민사박물관 건립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이민사박물관이 서울에 들어설 경우 인천이민사박물관은 찬밥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선 6기 '유정복 호'는 인천 가치와 인천 정체성 찾기에 매진해 왔다. 올해 초에는 인천이 가지고 있는 최초 역사를 잘 개발해 인천 가치를 창조하자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내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미 찾은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도 지키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민사박물관이 서울에 새로 들어서게 되면 인천 역사와 정체성은 다른 도시로 넘어가게 된다. 지난 1902년 12월, 인천 제물포에서 121명이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 초기 이민자들 중 절반은 인천 사람이었다.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 이민자들이다. 이후 지난 2003년 1월에는 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인천과 하와이에서 각각 의미있는 행사도 열렸다. 하와이 교포들과 인천이 함께 100주년 기념식을 치루고 이민사박물관 건립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설립된 것이 바로 한국이민사 박물관이다.

한국이민사는 인천과 고스란히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에 이민사박물관이 새로 건립된다 해도 인천에서 출발한 이민사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행정업무 소홀로 인천 가치와 인천 정체성이 타 지역에서 조명되는 것은 그야말로 더 수치스러운 일이다. 현재 것도 챙기고 가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천 정체성 찾기는 '사치'일 수밖에 없다.

인천을 떠나 또 다른 이민사박물관이 설립된다면 인천은 정체성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다. 인천 가치 창조를 위해서는 무엇을 지킬 것인지, 무엇을 찾을 것인지 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