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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국군이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파죽지세로 밀린 것은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간청해 얻어 낸 T34 탱크 200대 때문이었다. 국군은 그 어떤 무기로도 덜덜거리며 내려오는 무쇠덩이를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개인 화기는 일제가 놓고 간 99식 소총뿐이었다. ▶남침 7일 만에 T34는 인천 시가지를 누볐고, 뒤따라 들어온 북한군들은 저마다 러시아 제 소총 AK-47을 둘러메고 있었다. 금세기 개인 화기 중 가장 우수하다는 AK-47은 탄피를 제거하고 한 발씩 사격하는 99식보다 작동 방법이 우수했고 고장이 안 나가기로도 유명했다./AK-47은 러시아 전차병이었던 칼라시니코프가 발명한 소총이다. 그는 1941년 브랸스크 전투에서 부상당해 후방에 배치돼 복무하던 중 신형 기관단총을 설계했고, 재능을 인정받아 국영 조병창에 배치돼 총기 개발에 전념해 1947년 명기 'AK-47'을 탄생시켰다. ▶구조의 단순성, 고도의 신뢰성, 저가의 제작비 등으로 지금까지 약 1억 정 정도가 생산됐다고 한다. 칼라시니코프는 공적을 인정받아 스탈린ㆍ레닌 훈장 등을 받았고, 옐친 대통령에겐 육군 중장 계급을 받았지만, 월 55만 원에 불과한 연금을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옛 러시아가 특허를 인정치 않았기 때문인데, M16을 개발해 억만장자가 된 미국의 유진 스토너와는 달리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2013년 11월 94세 때 세상을 떠났다. 비록 적성국이었던 러시아의 무명 병사였지만, 조국 러시아에 대한 그의 헌신과 봉사는 퍽 인상적이다. ▶그에 비하면 요즘의 우리 군 모습은 그 옛날 고딘디엠 대통령이 통치하던 베트남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미국이 베트남에 원조해 준 우유를 다음날 베트콩이 즐겨 마셨다는 것은 약과이고, 심지어 장교들이 베트콩에게 무기까지 팔아먹었던 것 역시 공개된 비밀이었다. ▶군 수뇌부인 해·공군 참모총장들과 장성들이 저지른 복마전 같은 방산 비리에 온 국민이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체 저들의 조국은 어디란 말인가? 사욕에 눈이 어두워 병사의 목숨과 같은 무기를 팔아먹는 것은 이적 행위이다. 추상같은 군령(軍令)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