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인천시궁도협회장·수필가

국민안전처가 세종시로 이전되면 송도신도시 내 해양경비안전본부도 함께 떠난다고 한다. 지방을 균형 발전시키고 국민안전처 산하기관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지만 이 모두 현실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피해자들이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청해진해운사와 해경 관련자들을 처벌한 후 해양경찰청 내 문제점을 재정비했어야 했다. 비록 해경이 조난 구조에는 미숙했지만 해안 경비업무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벼룩 한 마리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듯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것도 성급하고 경솔한 처사였는데 그나마 격하시킨 해양경비안전본부마저 바다와 거리가 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허물어 버리는 격이다.

국가의 존위와 국민의 생명을 불모로 방어무기사업 비리를 저지른 군사령부를 비롯해 문제를 일으킨 정부의 모든 기관을 이런 잣대로 들이댈까 우려스럽다. 송도신도시 해양경비안전본부 건물 내에는 본부 직원과 인천·평택·태안·보령해양경비안전서를 관할하는 중부경비안전본부 직원 등 350여명이 바다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며 오염방제, 해상 구조, 구난, 해상 수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서해 도서지방에서의 중국 어선단의 불법조업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하기보다 현 위치에서 인원을 증가시키고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해경본부의 핵심장비인 위성 안테나 한 개를 이전시키는데 무려 100억원 이상을 소요하면서까지 세종시로의 이전 추진을 하고 있다.

정부는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반대를 인천시민의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기 전에 어떤 정책이 국가 경제와 안위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도둑은 현관 앞에 놓인 신발의 정리 상태만 보고도 절도를 성공시킬 수 있을지 없을 지를 판단하며 대책을 세운다고 한다. 불법 조업으로 연평도와 백령도 서해 도서지역의 어장에 씨를 말리는 중국 어선단이 해양경찰청 해체와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지난 12일, 인천시청 장미홀에서 열린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실태와 대책 마련'토론회에서 인천경실련은 불법조업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보상액 81억 6600만원은 중국 어선을 막지 못한 정부가 책임지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행정자치부는 4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어업인 지원 내용이 담긴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심사해 어구 피해액 14억 1600만 원 정도의 보상을 논의하겠고 밝혔다.

하지만 수산물은 중국 어선이 포획해 가고 나랏돈으로 어민의 민심을 달래주는 임기웅변식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므로 중국 어선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 어선은 지능화·집단화하여 100t급 대형 철선이 600~700척씩 몰려다니며 흉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중국 어선의 공무 집행 방해로 우리 측 단속 인력 1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다쳤다고 한다.

정부는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국토를 감안해 1996년에 신설한 해양수산부를 2008년에 폐지시켰다가 2013년에 다시 부활시킨바 있다. 우리의 자원과 어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경찰청을 부활시키고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세종시 이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현대의 전쟁은 경제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