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교수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일부 내용이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다. 적용대상에 민간영역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이다. 청산해야할 부정부패가 공적영역은 안 되지만 민간영역은 괜찮다는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국민 중에 부패해도 되는 집단과 부패해서는 안 되는 집단을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부조리의 근원이 공직자들에게 있는 것이라면 적용대상을 공직자로 한정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현상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어떤 법도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나오는 것일 텐데, 그 적용대상이 민간영역에까지 이르렀다면 민간영역에 척결해야할 부패가 여전하다는 이야기이다. 사회도처에 존재하는 부당한 거래에 공인과 사인의 구별은 불필요하다. 공사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우리사회의 부당한 거래를 청산하자는데 법의 적용범위를 한정해야 한다면 이는 일부 집단의 부조리는 눈감아주자는 논리와도 같다. 그래도 모든 영역에 적용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사회의 공적영역을 담당하는 직업군에는 그 어떤 분야라도 같은 기준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공평성을 유지하는 평등일 것이다.

공적영역에서의 만남뿐만 아니라, 사적영역에서의 만남에도 잘못된 관행은 얼마든지 있다. 이를 바로잡는데 필요한 법적용에 예외를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만이 건전한 한국사회를 만들 수 있다.

언론인이나 사립학교교원이 법의 적용대상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들 민간영역에 고쳐져야 할 부조리가 남아있다는 사회의 지적인 것이다. 그런데 위헌이다 뭐다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부적절한 관행을 인정하는 것일뿐더러 나아가 계속 유지하겠다는 부당한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다. 공직이 아니라는 그런 이유를 내세우기보다는 의혹을 해소하고 사회에서 신뢰받는 직업군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솔선수범하여 부조리한 사회 바로잡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인간의 만남은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힘만 있으면 안 되는 일도 없고 거저 생기는 것도 많은 사회였다. 잘 봐달라는 부탁이나 청탁, 잘 하라는 압력이나 협박 등이 많은 거래에 부당하게 작용하여 부정부패의 악습을 이어 왔다. 모든 일이 청탁이나 압력 등의 부당한 거래에 의해 불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힘없는 약자들은 결국 영원히 힘든 사회생활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부조리를 타파하자는데 헌법의 위배를 거론하는 것은 부당한 거래의 수혜자들의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오히려 법이 잘 시행되면 한국사회는 한층 더 건전해지고 진정한 헌법정신이 구현되는 나라로 거듭날 것이다.

만남이 있다하여 특별히 잘 봐달라고 해서도 안 되고 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느니 할 수도 없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평등사회일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부당한 거래가 없어지면, 공직자가 굳이 부당하게 있는 자의 편을 들어줄 이유도 없어지니, 있는 자들이 득세하는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사고도 통용되지 않게 될 테니, 당연히 부당한 갑을관계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불로소득의 거저 생기는 것들이 없어지게 되면 누구나 다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건전한 삶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점은 흔히 있을 수 있는 만남과 접대에 부당한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공권력의 이현령비현령식 표적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만큼 공권력의 과잉대응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공권력의 부당함은 국민의 의식수준만이 이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므로 국민 모두가 제대로 된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행위에 법이 끼어들어 인간의 삶을 지나치게 구속한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법이 잘못 적용되거나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다각도의 대책마련에 만전을 기해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법이란 만들어졌다가도 유명무실화되면 폐지되거나 사문화될 수도 있는 것이니 새로운 법제정에 크게 우려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여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 법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살아 움직일 것이다.

아직은 익숙지 않지만 국민 모두에 오해 살만한 만남을 자제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하루빨리 건전한 사회가 정착되어 이런 불필요한 법제정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