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다시 중국어선이 몰려온다] 하>서해 5도의 꿈, 인천의 미래
중국어선 불법조업 NLL 악용
해군 관할해역 해경 단속 한계
군사접견지 남북충돌 가능성
전문가, 한·중 어업협력 역설
법적 근거·지원책 수립 주장도
서해 5도 바다에는 군사적 긴장이 도사린다. 중국 어선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불법조업을 하다가 해군이나 해경 함정이 접근하면 북방한계선(NLL) 위로 도망간다.

NLL을 넘나드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북 경비 세력이 맞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불법조업 피해가 어구 손실, 자원 고갈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천,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서해 5도 주변 해역은 해군이 관할한다. NLL을 사이에 두고 북녘땅과 마주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해양경찰의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 중국 어선은 경비 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교묘히 악용해 NLL을 타고 백령·대청도를 지나 연평도까지 넘어온다.

중국 어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1·2차 연평해전(1999·2002)과 대청해전(2009)은 모두 꽃게 조업기인 6월과 11월에 일어났다.

단속만으로 중국 어선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중국 어선 규모에 비해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중 어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중국 불법어업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는 "한정된 인력과 체계로 단속해선 불법조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양국 간 어업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어업인 단체와 연구기관 사이에 협력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국 어업 구조와 조업 실태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호래 군산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범죄의 특성'(2012)에서 "중앙정부 사이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중국 어선 근거지로 알려진 랴오닝성·산둥성 지방정부에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를 비롯한 불법조업 근절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피해가 이어지고 수산자원이 고갈되는데도 불법조업 차단과 어민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중국 어선을 막겠다는 말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정부가 법을 바탕으로 대응책을 세우고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민 지원 내용을 담은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4월에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심사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인천 남동갑) 국회의원은 서해 5도 어민을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박 의원은 "중국 어선 불법조업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많은 어장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특히 서해 5도는 접경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단속도 쉽지 않다"며 "서해를 중심으로 중국과 마주하는 인천에서 불법조업은 지역 경제, 나아가 안전과 안보의 문제로 확장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