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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에 '300'이란 게 있다. 시각에 따라 평가는 다르다. 페르시아를 괴물로 그렸다거나, 서양 우월주의가 지나쳤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반이 보기엔 300명의 스파르타 인들이 제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죽는 장렬한 애국 영화였다. ▶BC 480년. 페르시아는 그리스 각 도시에게 항복을 강요했다. 대부분 그에 무릎을 꿇었지만, 에리트리아, 아테네, 스파르타는 거부했다. 결국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100만 대군에 맞서 300명의 용사를 이끌고 나가 싸워 '테르모필레 협곡'의 전설이 되었다.▶어제 본보 1면의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스파르타'를 떠올렸다. 그만큼 오늘의 인천 상황이 위급한 때문이었는지, "300만 시(市) 걸맞은 대우를"이라는 제목 속의 '300'이 준 연상 작용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간 많은 전쟁을 치렀다는 점은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었다. ▶항몽 투쟁, 임진왜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사건, 제물포해전, 인천상륙작전으로 이어지는 전란들.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은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부단히 삶을 이어온 인천은 좀 과장돼 보일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스파르타'라고도 생각했다. ▶그 파란만장한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 실질적인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향해 눈부시게 약진해 가고 있는 터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근원의 도시들은 인천을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다. 쓰레기 매립장 문제만 해도 서울과 경기도는 굳이 인천 사정에 눈을 감아 왔다. ▶'해양수산부'에게도, '코레일'에게도 인천은 항상 '찬밥 신세'였다. 최우선 순위는 물론 서울이고, 다음 순위는 은연중에 영호남 지역을 꼽고들 있었다.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를 이루고도 남을 '300'의 1백만 배가 되는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이 눈에 뵈지 않았던 것이다.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니다", "왜 4번째 도시로 호칭하나?", "국회의원 수는 여전히 12명이다", "재정 지원도 항상 후순위다" 등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노라니 비장해진다. 정당한 대우 요구는 천부의 자존권이다. '300만'이 뜻을 모아 인천을 지켜야겠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