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원 화성행궁과 왕립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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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민정신으로 28년만에 완공된 수원화성·행궁>
동·서양 장점 아우르는 성곽 '화성'
정조 묵었던 행궁 567칸으로 증축'

동양 최초의 계획도시인 '수원화성'(水原華城)은 조선 왕조 22대 왕인 정조의 효심으로 축성된 성곽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재다.

정조 18년(1794) 봄부터 쌓기 시작, 2년 반 뒤인 정조 20년(1796) 가을에 완성됐다. 정조 13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화성(융릉)으로 옮기고 그곳에 살고 있던 백성들을 현재의 수원으로 이주시키면서 신도시를 조성한 것이다.

수원화성(약 5.7㎞)은 동서남북(창룡문·화서문·팔달문·장안문) 4대문과 함께 옹성, 암문, 치(雉), 공심돈, 포루 등 건축물들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독창적이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여러 실학자들이 축성에 참여함으로서 동서양의 장점을 아우르는 성곽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또, 수원화성에는 정조의 효심 뿐 아니라 애민정신이 가득 담겨있다.

설계를 변경하면서까지 주민들을 성 안으로 끌어들였고, 공역자들에게는 인건비도 지급됐다. 고된 노동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척서단(滌暑丹), 제중단(濟衆丹)을 정조가 직접 처방해 지급했다. 이런 애민정신은 5744m에 달하는 수원화성을 28개월만에 완공한 원동력이 됐다.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현재의 융릉)을 찾았던 정조가 유숙했던 화성행궁도 수원화성 축조기간에 증축돼 567칸의 정궁(正宮) 형태를 갖게 됐다.

화령전(華寧殿), 득중정(得中亭), 집사청(執事廳) 등 시설이 일제강점기 당시 철거됐고,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념한 양로연이 열렸던 낙남헌(洛南軒)만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다.

화성행궁에서는 한류 열풍을 일으킨 대장금을 비롯한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매주 무예24기 시범공연, 장용영 수위의식 등 전통행사와 함께 궁중복식, 전통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를 제공하고 있다.


<수원화성 탐방과 함께 만나는 왕립 전통시장>
팔달문 인근 전통시장 3곳 위치'
교통 편리·인심 후덕 '손님 북적'

완연한 봄기운을 타고 수원화성이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한 요즘 수원화성을 걷다보면 화사한 꽃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성 안쪽과 바깥쪽을 오가며 만나게 되는 성곽과 부속건축물의 운치 또한 백미다.

화성행궁 앞 종로사거리에서, 팔달문이 보일 때까지 산책하듯 5~10분 정도 걷게 되면 수원화성의 또하나의 자랑거리인 전통시장을 만날 수 있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시장들은 정조가 만든 시장으로 알려진 이른바 '왕립 시장'들이다.

이용후생의 방도를 고민하던 정조는 박제가의 '양만 상인론'을 토대로 시장을 형성해 수원을 상업과 경제의 중심지로 삼은 것이다.

지난 주말 지동, 못골, 영동시장을 방문했다. 이 세 곳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편리하고 상인들의 후덕한 인심으로 옛 시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얻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족단위로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로 시장 골목은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시장 안에는 각종 먹을거리가 내뿜는 음식 냄새가 이들의 발길을 끌어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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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시장 순대타운
▲지동시장의 명물 '순대타운'
지동시장의 명물 순대타운은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손님들을 압도했다. 순대타운에는 40여곳의 순대·국밥·곱창 볶음만 40년 이상된 곳도 있다.
순대·곱창만큼은 내로라하는 베테랑 어머니들이 이 골목을 여태껏 지켜온 것이다.
그 중 25년 경력을 자랑하는 '전라도집'은 83㎡(25평) 크기에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은 물론, 특별한 요리비법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돼지냄새를 없앤 순대곱창과 전라도 특유의 갓 김치가 이 집의 자랑이다. 또, 재료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주인이 공수해오는 싱싱한 야채로 손님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돼지냄새가 가시지 않았다면 과감히 육수를 내다 버리는 '통큰 마인드'도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몫 한다.
양도 푸짐하다. 실제로 기자가 주인의 "한 그릇 먹고 가라"는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자리에 앉자 10분만에 팔팔끓인 순대국밥을 내왔다. 순대국밥을 한 숟갈뜨는 순간 건더기가 가득 올라왔다.
전라도집은 싸고 많은 양을 손님에게 제공하기 위해 아들과 딸까지 나서서 식당 운영을 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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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골종합시장
▲ 먹을거리의 선구자 '못골시장'
지동시장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못골시장이 있다. 못골시장 입구에는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정직한 상품만을 판매한다'는 상인들의 다짐이 내걸려 있다.
못골시장은 각종 반찬, 즉석 음식, 통닭, 만두 등 먹을거리가 유명하다.
못골시장을 대표하는 반찬가게로는 김치, 전, 나물 등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대호반찬'이 꼽힌다. 이곳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야 할 정도로 다양한 반찬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가게는 주인 부부와 며느리가 부식 재료를 사서 직접 반찬을 만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손님들에게 맛과 싱싱한 재료를 보장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반찬은 열무 김치라고 한다.
14년째 이 반찬가게를 운영중인 사장 이정환(62)씨는 "반찬가게를 하기 전에 야채, 건어물, 생선장사를 해서 보는 눈을 키웠다"며 "바쁜 와중에도 매일 아침 가락시장에서 싱싱한 재료를 공수해 온 것이 손님들에게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젓갈을 줄이고, 멸치액젓, 새우젓 등을 통해 비린내를 줄였다"며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반찬으로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못골시장은 그밖에도 공공와이파이, 못골밴드, 못골이야기신문, 줌마불평합창단 등을 통해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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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시장 내 다방
▲한복의 본 고장 '영동시장'
못골시장에서 지동교를 건너 서쪽으로 향하면 영동시장이다. '한복골목'으로 유명세를 탄 영동시장은 1~3층, 복층으로 나뉜 '백화점식' 시장이다.
1층은 한복만을 전문으로 팔아 '한복골목'이라 불린다. 한복 점포만 40여개에 달해 수원의 대표 한복 특화시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한복 뿐만 아니라 최고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의류, 포목, 주단, 커튼, 수예, 가구, 식품, 잡화 등 도 영동시장의 자랑이다.
영동시장에는 50년된 명물 다방이 있다. 옛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30년 전에 쓰던 의자커버를 그대로 쓴다. 이 다방은 가족같은 분위기를 통해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30년 째 다방을 운영 중인 고은자(70·여) 씨는 "매일 보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 됐다"며 "의자커버도 지금의 031-555가 아닌 031-5 하나만 적혀 있는 커버다. 일 년 열두달 문 안 닫고 하다보니 단골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4층은 아직 입주가 되지 않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시장의 매출을 늘려 홍보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목표다. 또 영동시장은 '한복맵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 창업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영동아트홀, 아포트라 등을 운영하며 50~60대를 위한 취업센터,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공간도 마련하고 있었다.

/이상우·이병우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인터뷰 / 한점순 상인]
전라도 특유 손맛 듬뿍 … "까다로운 손님 입맛 즐겁게"

1990년 전라남도 고흥에서 수원으로 올라온 한점순(56·여)씨.
인생의 3분의 1을 순대와 함께 한 한씨는 25년 전인 30대 초반에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순대국밥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순대로 날고 긴다는 40여곳의 순대타운에서도 터 좋은 자리에서 '전라도집'을 운영하고 있다.
전라남도 고흥이 고향인 한씨는 전라도 특유의 손맛과 노하우를 담아 단골 손님수를 늘려 가고 있다. 현재는 하루 평균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 가게를 찾는다.
한 씨는 "고객의 입맛이 예전보다 까다로워져 재료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된다"며 "매일 싱싱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야 손님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손님들이 먹고나서 '너무 잘 먹었다'고 하면서 돌아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면서 "가끔씩 또 찾겠다며 명함을 받아 가시는 손님들도 계시다"며 뿌듯해 했다.
한씨의 가게가 맛집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한 건 순대도 순대지만 전라도 특유의 갓김치도 한몫 했다. 한씨는 갓김치의 인기 비결을 묻자 특유의 비법이 있기보다 손님의 입맛에 맞게 싱싱한 재료를 준비해 정성들여 상에 올려놓는다고 한다.
이 가게를 찾은 손님 최영국(48) 씨는 "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갓김치도 3접시 이상 먹는다. 그래서 자주 이 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씨는 가장 맛있다고 소문이 난 갓김치와 돼지 잡냄새를 없앤 순대볶음, 순대국 등을 무기로 손님의 미각을 즐겁게 하겠다는 각오다.
한 씨는 "우리 집에서 가장 유명한 순대국과 순대볶음은 잡냄새가 나면 육수를 내다 버리고 다시 손님에게 내 주고 있다"며 "비계덩어리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내장과 순대만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순대국과 볶음도 유명하지만 갓김치도 손님들이 좋아하신다"며 "전라도 멸치액젓을 사용해 더욱 맛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손님들이 순대곱창이 비싼 것 아니냐는 불만(?)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 씨는 "현재 순대볶음이 1인분에 8000원인데 양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서민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비싸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단골손님이 많다는 건 우리가 그만큼 음식 관리와 재료에 공을 들인 것이라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병우 기자 lbo293@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