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도시의 지명을 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거기에 그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3대 도시인 인천은 불행하게도 이같은 지명 개념이 거의 없다. 맞지도 않은 방위개념의 구(區) 명칭이 아직도 버젓히 쓰이고 있다. 양복차림에 갓을 쓰고 있는 모양처럼 뭔가 어색하다. 중구, 남구, 동구, 서구 등은 아직도 방위 개념의 지명을 구 명칭으로 쓰고 있다. 인천이 확장되면서 실제 방위 개념과 맞지도 않다. 비단 구 이름만이 아니라 동인천역, 제물포역, 송도역 등과 같이 방향과 지명의 위치가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인천 남구는 인천의 남쪽에 있지도 않고, 그렇게 불러야 할 역사적 연고도 없다. 그런데 그냥 남구로 불리고 있다. 행정편적으로 붙여진 지명이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우 멋쩍은 일이다. 남구는 2000여 년 전 비류가 도읍으로 정해 오늘의 인천을 있게 한 인천사의 발상지요, 임진왜란 때 백성들이 문학산성에 들어가 적을 물리친 호국의 수구(首區)다. 그런데 그 면면한 역사와 긍지를 지명에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 잘못된 구명칭 개명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남구는 인천의 배꼽산인 문학산의 이름을 딴 문학구로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많다. 소나무가 울창했다는 동구는 송림구나 송현구로, 중구는 옛 제물포항이 있었던 만큼 제물포구로, 서구는 원래 명칭대로 연희구나 검단구 등으로 개명을 검토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철저한 역사성과 상징성이 검증돼야 한다.

얼마전 유정복 인천시장이 방위개념 명칭이 붙은 인천의 일부 구 이름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구 명칭을 바꾸려면 시장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물론, 선거로 뽑힌 해당 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명칭 변경에 따른 홍보 및 간판 교체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어설픈 구 명칭을 언제까지 모른체 하고 내버려 둘텐가. 이참에 잘못된 구 명칭을 지역 역사성과 대표성에 맞게 확 바꾸자. 그래야 인천이 새로운 가치를 재 창조하는 선진 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