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채 소설가
아직 봄이 오기도 전인데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가 거리에 가득하다. 어디 황사뿐이겠는가. 세상 어딜 가도 뿌옇다. 삶이 더 팍팍해져간다. 어른들이 아이의 날개를 잘라버리려고 가위를 들이밀면서 날아보라고 하는 그림이 요 며칠 떠오른다. 대학생들이 취업이 될 때까지 어떻게든 학교에 적을 두려고 휴학과 등록을 반복하고 있거나, 알바와 비정규직으로 몰려 있는 청년들이 시급 5580원의 최전선에 내몰려 있는 것을 볼 때면 그들에게도 꿈과 포부가 아직도 남아 있을까 안타깝고 가슴 저리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최근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 의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청년을 버린 나라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글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이제껏 우리 정부는 기업이 살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기업에게 다양한 방식의 비정규직 고용을 허용해 준 탓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 명을 돌파하기에 이르렀고, 그 처우는 점점 더 열악해져 갔다. 이제 새로 취업한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직으로 시작하고,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근로자 가운데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고작 11%에 불과하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몰두하는 동안 우리 청년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와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용경색이 시작되자 한순간에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스는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남아있던 재정 여력을 모조리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복지지출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젊은 세대를 위한 육아와 교육 예산이 최우선적으로 삭감되었다. 게다가 은행과 재벌의 부실투자를 국가가 대신 갚아주는 바람에 국가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2013년 그리스 경제성장률이 -3.3%로 여전히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기 금융위기의 책임을 철저히 물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경제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청년과 가족복지를 대폭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놀라운 선택을 하였다. 실제로 2009년 사회보장 지출은 금융위기 직전보다 무려 36%나 늘어난 3800억 크로나(3조 1000억원)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그 예산은 대부분 법인세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로 마련하였다.

강화된 사회안전망 덕분에 아이슬란드 청년들은 누구나 직업훈련을 받고 재취업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재기에 성공한 청년들이 무너져가던 아이슬란드 경제에 놀라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2013년 아이슬란드는 유럽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3.5%라는 놀라운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였고, 실업률도 유럽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4.9%를 기록하였다.

박종훈 기자의 이 기사에서 주목한 것은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은 바로 청년과 미래세대다. 그런데 이제는 청년을 바라보는 눈길도, 그 눈길을 받아내야 하는 청년도 달라져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청년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그런 청년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또 어떤가.

이제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을 6천원도 안 되는 시급에, 비정규직에, 인턴에, 취직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묵인함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게 청년들의 날개에 가위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겨울 동안 죽어 있는 듯 보이던 나무에서 요 며칠 순이 돋으려 애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겨울을 견디고, 거친 고목을 뚫고 나와야 하는 것은 새순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