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팔만대장경'이 인천 강화도 '대장도감'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보관된 사실을 재확인하는 역사 문헌자료가 나왔다는 보도이다.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오용섭 교수가 발굴한 <동문선>과 중국 <사고전서>에서 팔만대장경의 총본산이 강화도였음을 밝혀주는 증거가 나왔다는 것이다. 오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동문선>의 '영봉산 용암사 중창기'는 진주 용봉산 영암사를 중창한 뒤 빠진 대장경을 보충하기 위해 강화도에서 대장경을 보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사고전서>의 '고려국대장이안기'는 팔만대장경 인본을 강화 삼산면 석모도 '보문사'에 보관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봉산 용암사 중창기'는 진주 지역의 용암사란 절에 대장경을 비치하는데 빠진 부분이 있어 이를 강화도의 대장경판당에서 꺼내와 보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사고전서>의 '천하동행'편 '고려국대장이안기'는 보문사에 대장경인본을 보관했던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화 석모도 보문사와 대장경의 관계는 밝혀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팔만대장경은 경남 남해를 중심으로 조명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는 합천 해인사가 대장경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팔만대장경의 본산이 남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었다. 심지어 강화도 대장도감이 팔만대장경 판각을 주도하고, 강화도 대장경판당에서 150년간 보관되다 1398년 서울을 거쳐 지금의 합천 해인사로 이운됐다는 역사적 기록을 부정하는 이상한 학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경남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팔만대장경에 대한 연구를 하는 반면, 인천은 관심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은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만드는 상황에 인천은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무관심하다보니 역사문화 콘텐츠와 이야기를 모두 외지에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역사기록의 발굴이 유의미한 것은 다른 지역의 주장을 일축할 수 있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기 때문이다. 역사문화콘텐츠는 실물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만 갖고도 얼마든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시정부는 인천정체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팔만대장경과 인천, 강화도와의 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 조사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