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학 박사
2014년 말에 가장 대중적인 메신저 플랫폼이 대화내역을 검찰에게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이버검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이로 인해, 많은 메신저 유저들이 검열에서 자유로운 메신저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망명'이 일어났다. 자신이 간직하고 싶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공개 된다면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통제를 당한다면 그것 또한 우리에게 '자유'의 상실에서 오는 좌절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작년 말, 필자는 다큐멘터리 영화<다이빙벨>(2014)을 관람하였다. 우리는 흔히 다큐멘터리 영화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극영화에 비해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도 인터뷰 과정과 실제를 창의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감독의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 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볼 때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선택적 수용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최대한 영화와의 거리두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야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에 나온 진실을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영화의 관람을 마친 후, 필자는 영화와의 거리두기가 실패한 것을 느꼈고 조금은 흥분된 상태로 그 날의 남은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많은 독자들이 알다시피 이 영화는 작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인명 구조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석연치 않은 문제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국민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사고를 영화의 주제로 다루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왔고 예상했듯이 많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영화감독 정지영 씨는 "'다이빙벨' 같은 이러한 고발 영화 역시 현 정권은 검열을 하고 있다"며 "현 정권이 방송 장악에 이어 영화판 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 중인 하나인 자유권 중에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 정신적 활동에 관한 자유권이 있다. 감독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본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적 이해라는 명분으로 영화를 비롯한 예술 분야의 검열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존재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검열의 역사는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 심의에 대한 헌법 재판소의 위헌 판결이 있기 전까지 검열 주체만 바뀌었을 뿐 검열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1997년 드디어 사전심의제가 폐지가 되고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등급제로 바뀌었다. 이후,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오늘의 등급제로 변천을 했다. 검열제도에서 등급제도로 변화함으로써 예전보다 창작자의 사고의 폭과 관람객들의 영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나 현재도 '등급보류'에서 바뀐 '제한상영가' 라는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상영금지 처분을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들을 개봉할 수 있는 극장은 전국에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받은 영화들은 대부분 심의에 걸린 장면들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재심의를 받아 개봉이 되었다.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2010년 개봉),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2013년 9월 개봉) 남기웅 감독의 <미조>(2014년 10월 개봉), 전규환 감독의 <무게> (2014년 개봉) 등은 재심의를 통해 개봉이 되었다. 그러나 심의에 걸린 장면들은 대부분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장면들이었기에 재편집된 영화를 본 다는 것은 관객들에게는 감독과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을 막아버리는 것이 된다.

현재 심의를 주관하는 곳은 영상물 등급위원회이다. 영상물 등급위원회는 영화 이외에도 TV, PC, 비디오게임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영상물에 대한 심의를 하고 있다. 영화의 경우 내용과 표현정도에 따라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의 총 5등급으로 나뉘고 등급분류의 기준은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비속어),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 총 7가지 항목이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영상등급위원회가 만들어 놓은 애매한 기준에 의해 제약을 받으면서 창작자들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비슷한 장면이 영화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다른 등급으로 분류가 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는 창작자의 자유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필자는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심의 기준이 문제가 된다면 견제와 균형 그리고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그 단체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원치 않은 편집을 강요당하는 창작자는 자신만의 표현의 자유가 사라진 것에 대한 좌절감으로 더 나은 창작물에 대한 욕구를 포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