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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차가운 바람결에 황망하기 그지없는 이사장님의 부음을 듣습니다. 저희 손을 언제, 어디서나 따듯이 잡아 주시고, 큰 품으로 안아 주시어 세상살이의 뜻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하셨던 자애로우신 모습을 이제 뵐 수 없다니 슬픕니다.▶늘 그러셨죠. "올 곧게 살아야 한다, 사는 데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죽더라도 그 사람 바른 일 하고 죽었어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그 말씀, 그대로 사셔서 후학들의 귀감이 되셨고, 그에 감복해 절로 따랐던 저희들은 이 말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차(茶)를 하는 정신은 한 마디로 남을 배려하고, 나를 낮추는 것이다" 그 말씀이 일관된 생의 철학이셨는데, 그 실천 방안의 하나인 차 문화 운동의 중심지를 '인천'에 두기 위해 '전국인설차문화전'을 매년 개최하시면서 그를 '숙명'이라고 하신 것이 곧 '인천 사랑'의 발현임을 저희는 압니다. ▶아호를 '인천'의 '인'과 차의 다른 명칭인 '설'을 따 '인설'로 하신 일이나, 저 고려시대부터 자리잡아온 인천의 차 문화 전통을 선양, 발전시키고자 '백운 이규보 선생 기념사업회'를 출범시키신 일은 진중한 지역사회 문화예술 운동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소녀 시절, 동학을 하시던 할아버지 밑에서 차 심부름을 하셨던 인연으로 훗날 자연스레 가통을 이어 차인(茶人) 최초로 국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으신 일과 사회가 상찬해 마지않는 제35대 신 사임당으로 선정되신 것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었습니다.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 규방다례 무형문화재 제11호, 가천박물관 관장, 인천박물관협의회와 인천시무형문화재총연합회 이사장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시면서도 저희에게 무엇이든 보태주시려고 노심초사하셨던 인설 이사장님을 저희는 정녕 잊을 수가 없습니다. ▶회자정리라지만, 눈앞이 흐려집니다. 못난 저희가 제대로 모시지도 못한 채, 그 그늘에서 즐겨 지냈던 나날이 불현듯 꿈만 같게 느껴집니다. 인설 이사장님! 엎드려 명복을 비옵니다. 그간 베풀어 주신 크신 사랑, 가슴에 담아 나누며 이사장님의 뒤를 쫓아 풍진 세상을 헤쳐 가겠습니다. /주필